"고치면 뭐 합니까, 또 터지는데" 잇단 상수관 파열에 주민 고통

전주 전미동 진기마을 4년 새 상수관 8차례 파열 주장
전주시 “해당 관로 30년 노후 추정⋯내년 예산 반영"

27일 전주시 덕진구 전미동 진기마을 내 매설된 상수도관이 파열돼 맑은 수돗물이 솟구쳐 누수되고 있다./사진=전북일보 엄승현 기자.

“열 번, 백번 고치면 뭐 합니까. 어차피 또 터지는데.”

전주시 외곽 마을 내 상수관이 자주 파열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인 26일 오후 6시께 전미동 진기마을에 매설된 상수관이 파열된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실제 본보가 이날 오전 10시께 현장을 찾았을 때 파열된 상수관에서는 다량의 깨끗한 수돗물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수돗물이 솟구쳐 오르면서 주변 토사들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곳곳에 수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또 다른 토사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파열된 상수관은 신고를 받은 전주시에 의해 27일 오후 2시가 돼서야 조치가 완료됐다. 

상수관 파열로 다량의 수돗물이 유실되면서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돗물 수압이 떨어져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주민 A씨(70대)는 “수압이 약해지면서 평소 같으면 한 시간 가량 걸리는 세탁기 가동 시간이 두 시간 넘게 걸렸다”며 “또 설거지도 하기 힘들어 옆 동네에 가서 하기도 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 마을 내 상수관이 파열된 게 이날 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 B씨(80대)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올해까지 8차례 상수관이 터졌다”며 “고치면 터지고 고치면 터지는데 세금 낭비가 따로 없다”고 분개했다.

시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해당 마을에서 10회 누수가 발생했는데 올해 5월 전후로 누수가 집중됐다고 전했다.

시는 해당 관로에서 누수가 자주 발생한 만큼 내년도 예산에 교체 비용을 반영, 마을 주민들이 원활한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해당 관로가 플라스틱(PVC) 소재로 되어 있는데 3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 노후화에 따른 교체 시기가 된 것으로 보여 내년도 예산에 교체 비용이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북 누수율은 22.4%로 전국 평균 10.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누수율을 보이는 제주(41.3%)와 경북(25.2%), 전남(22.9%)에 이어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