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주에 학술대회가 있어 갈 일이 있었다. 대회 장소에 가던 중에 어느 가게의 홍보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이라도 오세요. 인연처럼 여기겠습니다.”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 문구를 보면서 우연과 인연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우연이 저절로 좋은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우연이 좋은 인연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선물과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관계 인구란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지역에 속해 있는 인구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한다. 그러기 때문에 관계 인구는 정주 인구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많은 지자체에서 인구감소로 인해서 정주 인구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특히 청년들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거나 사업장을 열면 지원금이나 다른 혜택 등을 주는 방식으로 지자체 대부분의 정책 방향성이 정주 인구 만드는 데 중점이 되어있다.
하지만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을 정주 인구로 유인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먼저 관계 인구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점점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가 있다. 전입하지 않아도 되고, 그 지역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지역의 인구가 일주일 또는 한 달 등을 살며 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역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과 연을 맺어가게 되고 관계 인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역과 연을 맺는 방법의 하나가 지역 축제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지역 축제들이 열리지 못하다가 이제 점점 지역 축제들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지역마다 대표적인 지역 축제들이 있는데, 그때 많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오게 된다. 최근 강원도의 모 지자체 축제 먹거리 바가지 문제로 지역 축제 바가지요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우리 지역에서도 유명 연예인의 행사로 인해 숙박시설의 바가지요금 문제도 지적되었다. 또한 귀농, 귀촌한 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귀농, 귀촌 인구와 원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특히 농촌이 많은 우리 전라북도는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행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 자세도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있다. 연고도 전혀 없는 지인이어서 어떻게 여기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지인이 하는 말이 우연한 계기로 여기 지역을 오게 됐는데 지역과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그 지인이 만났던 사람들과 환경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신중현의 ‘미인’이라는 노래에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아름다운 그 모습을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가사가 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사는 지역이 누군가에게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자꾸만 가고 싶은 지역이 되도록 지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최준호 원광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