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시집오케스트라>의 메시지

일러스트/정윤성

괴테의 <서동 시집(원제-West-Oestlicher Divan)>은 그가 추구했던 문학 세계를 응집해놓은 결정체로 꼽힌다. 헤겔도 괴테의 작품 중 가장 완숙한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고 평가했던 시다. 1819년에 발표한 이 시집은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에게 보내는 시적 응답이다. 국수주의적 이념과 태도로 유럽이 분열되었던 시기, 괴테는 시대적 상황에 상처받고 절망해 있었다. 그때 괴테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 동방의 세계를 노래한 하피스의 시들이다. 괴테는 그에 대한 응답으로 이 시들을 썼다. 괴테는 당시 제국주의적 입장과 유럽 중심 시각으로 동방을 연구하는 유럽의 학자나 예술가들의 태도와 주장에 비판적이었다. <서동 시집>이 괴테의 빼어난 문학적 성취로만이 아니라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평가받는 것도 동방의 문화를 개방적이고 우호적으로 받아들여 동서양 문화의 이상적 조화를 제시한 그의 태도 덕분이다. 괴테의 이러한 태도는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그들 중 하나다.

유대인 출신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유대인과 아랍 민족 간 화합을 위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오랜 분쟁과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이들은 <서동시집오케스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라 지었다. <서동 시집>은 물론 괴테의 시집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유대인과 중동인으로 양분된 젊은 연주자들 사이에 단절된 소통의 장벽은 높고, 보이지 않는 적대감과 서로에 대한 편견은 화해가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이들은 결국 화합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199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 탄생 250주년 기념 축제 무대에 섰다. 이스라엘과 스페인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문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이 마음을 모아 세상에 보내는 음악. 세계는 이들의 의미 있는 동행을 주목하며 환영했다.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던 <서동시집오케스트라>2005년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가진 연주회로 7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 무대에서 바렌보임은 이 분쟁엔 군사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오늘 밤 우리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남북 관계가 심상치 않다. 평화와 화해가 멀어지는 형국, 바렌보임의 메시지가 새삼스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