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채우고 비우며 산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논리는 자연현상에서 수없이 보면서도 우리는 채우려다가 일생을 마친다. 나 역시 41년의 공직생활 동안 채우기만 하다가 2013년 8월에 퇴임했다.
퇴임하고 삶의 뒤안을 뒤돌아보며 남은 여정은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채우고 비우는 시간속에 향기를 음미하며 살고자 한다.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 온 삶에서 ‘길이 같지 않으면 서로 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도불동불상위모(道不同不相爲謀)' 정신을 기르려 덕진 '이순 시니어 테니스'를 찾아 박효석 회장을 알게 되었다.
박 회장은 60여의 회원과 함께 10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마음을 채우고 비우는 활동을 서슴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바른말을 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2023년 5월 23일 박 회장은 전주 중인리 체육공원에서 280여 명을 초청하여 팔순잔치를 베풀었다. 8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점심과 함께 참가자 전원에게 타월과 쌀을 제공했고 '협회장배 덕진 이순 테니스 대회'도 가졌다. 평소 테니스를 통해 건강을 다지며 훈훈한 인간미를 돋보이게 했다. 칠순 때에도 덕진테니스장에서 몇 백만원을 희사하여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선물과 점심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박 회장은 3년 전 안타깝게도 담도암에 걸렸지만 이겨내 삶의 소중함과 가치를 느끼게 했다. 나도 위안을 드리기 위해 일행들과 함께 담소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아직도 몸이 불편한 관계로 운동하기가 거북 스럽지만 거의 매일 테니스장 휴게실에 나오셔 후배 회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소중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죽으면 가지고 가지 못하니 힘들고 어렵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자고 한다”고 농담조로 말씀하시지만 진실이 담겨있다.
더욱이 다년간 부인의 병간호를 도맡아 살림을 꾸리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회장님의 담대하신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황혼길이지만 값있는 인생의 소망도 들을 수 있었다. 옛날 중국의 여행길에서 모택동의 생가에 있는 '생적 위대(生的 偉大) 사적 광영(死的 光榮)'이라는 유언을 기억나게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서 내 힘 닿는데까지 바르고 위대한 일을 하자. 그리고 죽어서 집안, 가족, 친지들에게 모범되고 영광되는 일을 남겨야 한다는 말이다. 주변에 놓여 있는 처지를 생각하며 한가닥 희망적인 사람의 구실을 하자는 의견을 종종 듣는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모자란 것이 그렇게 많아도 불평없이 고마워하며 자연을 벗삼아 즐기면서 지냈다. 그리고 요즈음은 풍족한 세상이 되었어도 부족한 것을 채우려 서로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화성에서 지구를 보면 반짝이는 불빛 한 덩어리로 보인다.
박 회장은 더 큰 포부를 가지고 배려와 포용을 지닌 분이다. '대회장'에서 언제나 따스한 인간미로 1/10이라도 배풀었으면 하는 팔순 기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 회원들을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 잊지 잊지 않겠다. 라켓, 공 등을 선물 받았으니 부디 하루라도 빨리 건강이 쾌유되어서 같이 운동하는 모습 보고 싶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면 구순 잔치도 가지신다고 하니 꼭 그날이 오리라 기원한다.
△이성수 수필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하고 <대한문학> 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은빛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을 통해서 정화된 사회 가꾸기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