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시루떡-채정룡

바람 솔솔 불던

어느 늦은 초겨울 저녁

 

할머니는 집 뒤 장독대에

시루떡 정성 들여 차려놓고

 

한없이 소원성취 위해

손바닥이 닳도록

빌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던

철없는 손주는 시루떡 먹고 싶은 마음으로

할머니 기도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그 손주는 

그때의 시루떡을 생각하면서

할머니 기도를 듣고 있습니다

 

△ 그리움과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 옛 기억은 내적 분열로 폭발하여 시어를 불러낸다. 시는 기억에 대한 파편이다. 할머니의 기도는 장독대 시루떡으로 떠오르지만, 할머니 나이가 된 손주는 비로소 기도가 들리는 것이다. “손바닥이 닳도록” 할머니의 손은 뜨거웠을 것이다. 기도는 시루떡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의 뜨거운 그리움이 기억을 불러온다. 시루떡이 할머니이다. /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