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유감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커뮤니티센터’로 불리는 주민 공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골프연습장과 헬스장·수영장·작은 도서관·독서실·키즈놀이터·북카페 등 다양한 운동·여가시설이 한 곳에 밀집된 이 공동체 공간은 입주민들의 자랑거리다. 건설사들도 갈수록 높아지는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티센터 고급화·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주민 공동시설)은 법령으로 의무화돼 있다. ‘주택 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아파트 규모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공동시설을 명시해놓았다. 150세대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 300세대 이상은 어린이집, 500세대 이상은 운동시설과 작은 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국내 모든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설은 아파트별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2000년대 들어 법령에 규정된 시설보다 훨씬 다양하고 고급화된 주민 공동시설을 커뮤니티센터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활공간인 아파트는 예전 마을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마을인 셈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시설이 담당했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취향을 내세우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동체 필수시설마저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아동 돌봄시설이 아쉽다. 저출산 시대, 아동 돌봄이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교육청이 다함께 돌봄센터·늘봄학교 등 돌봄 공동체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2021년 관련 규정을 개정해 5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 단지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다만, 입주예정자 절반 이상이 반대할 경우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지금 전국 각 지역 신축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센터에서 아동 돌봄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선 전주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기반 돌봄서비스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떠올랐지만 주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 기관의 하소연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가 최근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은다.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시설을 속속 주거공간으로 끌어들여 벽을 세우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역 공동체에 맡겨진 사회적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