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수급 어려워"⋯복날 대목인데 문 닫는 보신탕집

'개 식용 금지' 단속 강화, 업체들 도살 중단
반려동물 인구 증가 속 식문화 변화도 한몫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전주시 한 보신탕집.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거래처로부터 고기 공급이 어려워 남은 고기를 마저 팔면 장사를 접을 생각입니다."

복날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보신탕 판매 음식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개 식용 문화 인식 변화와 도살에 대한 단속 강화, 이에 따른 고기 공급마저 줄어들고 있어서다.

초복(11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전주시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A음식점. 몇 년 전만 해도 전주의 보신탕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 손님들이 줄을 섰던 곳인데 이날은 가게 안 테이블이 모두 비어 있었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자 대표 메뉴로 '보신탕'이 적힌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점심시간이 한창이지만 장사를 일찍 접은 듯 종업원끼리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보신탕을 더 팔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종업원으로부터 "보신탕은 오전 장사만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음식점 주인은 기자에게 "보신탕을 찾는 손님은 꾸준하지만, 최근 업체로부터 더 이상 고기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남은 고기만 다 팔면 보신탕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전주시내에서 20년간 보신탕을 판매한 B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음식점은 지난 수십년간 보신탕 장사를 이어왔지만, 거래처로부터 고기 공급이 끊기자 지난 8일 문을 닫았다.

10일 오후 완주군 삼례읍 삼례시장. 과거와 달리 개를 철창에 가둬놓는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

완주군 삼례읍 삼례시장의 풍경도 예전과 다른 추세다.  과거 복날 이곳에선 철창에 개를 가둬 놓는 가게가 많았지만, 최근 도살업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중인 한모 씨(45)는 "원래 불법적으로 개고기를 파는 가게가 여럿 있었지만, 요즘 단속이 강화 돼 그런 가게는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며 "개고기를 먹으려면 따로 잡아와서 한 마리 부탁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과거 전주지역 21곳에 달했던 보신탕 판매 음식점은 현재 대부분이 폐업해 3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 중인 보신탕 음식점도 현재는 젊은 세대의 부정적 인식 탓에 메뉴 명칭을 '영양탕'이나 '사철탕' 등으로 변경하거나 아예 주력 메뉴를 바꾸는 수순을 밟고 있다.

육견 공급업체 업주들은 시대가 바뀌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공급업체 관계자는 "최근들어 개고기에 대한 인식도 안좋은 데다 구청 단속이 전보다 강화돼 더 이상 업체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달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이 종식돼야 한다"고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된 후, 국회도 '개 식용 금지법'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 도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동물 도살업체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단속 횟수도 늘리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올해 4월부터 소규모 민간업체에서 생명의 위협이나 재산 상의 피해 방지, 구제역 예방 등에 대한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단속 대상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작정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개고기를 먹을 만큼, 개는 돼지·닭·소·오리에 이은 5대 축종"이라며 "무작정 식용을 금지할 게 아니라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가축으로 등록하는 등 무법 상태인 개 도살에 대해 법으로 체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