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내리던 지난 15일 오후 군산 구암동 현대아파트 상가 일대.
이곳은 전날 36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주변건물이 물에 잠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밀려오는 빗물을 막기 위해 상인들이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전날 분위기와 달리 이날은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었다.
한 대형건물에서 지하실 물 빼는 작업이 진행됐지만, 다행히 전날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이 거의 빠지면서 더 이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가 잦아지자 상인들은 주말 장사를 준비하는 대신 빗자루와 걸레 등을 들고 엉망이 된 가게를 청소하니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 주민은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당분간 영업을 못하겠지만) 그나마 복구 작업이 빨리 이루어져 예전보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상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군산지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498.3mm.
특히 호우경보가 발효된 14일 하루에만 360㎜가 넘는 폭우가 내렸으며, 이는 1968년 군산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종전에는 2000년 8월 26일 기록한 310㎜이다.
이에 따른 피해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군산시에 접수된 피해현황(16일 기준)은 총 450건으로 토사유출 84건, 도로침수 130건, 맨홀역류 32건, 침수(주택‧상가 등)88건, 기타 116건 등이다.
이중 192건에 대해는 완료, 258건은 임시 조치됐다.
이와 함께 사전대피로 인한 이재민은 51세대 92명(경로당 26명‧여관 5명‧주민센터 23명‧친인척 38명)이며, 현재 11세대 13명은 귀가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60년 만에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군산이지만, 단 한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지역사회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는 시의 재난방재업무가 한 몫했다.
집중호우 등 엄청난 자연재해를 피해 갈 수는 없더라도 ‘인명피해 만큼은 막아보자’는 각오아래 시청 전 직원이 날을 새가며 모든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유독 빛을 한 것은 적극적인 대응이었다.
실제 시는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나운동 소재 한 빌라가 재난 위험성에 노출되자, 곧바로 주민대피명령을 발령했다.
또 서수면 장자마을 하천 범람 우려에 따라 8세대 14명의 이재민이 행정복지센터와 경로당 등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조치했다.
이 밖에 시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전 직원 비상 2단계 근무를 실시하는 등 행정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시민 김모 씨(48)는 “기록적인 폭우에도 단 한명도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 박수를 쳐줄 일”이라며 “현장 곳곳에서 공무원 등 수고의 흔적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짧은시간에 많은 비가 내려 피해를 입은 곳이 많이 발생했지만 발빠른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비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