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참여&공감, 시민기자가 뛴다]복날과 반려견

보신탕집들이 개고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업하고 있다. 11일 전주의 한 보 신탕집에 영업종료 안내와 함께 가게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세림 기자

풍부한 영양소로 예부터 우리에게 인기를 누렸던 보신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고 인식이 바뀌면서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보신탕 대신 삼계탕 염소탕 장어탕 등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음식점이 많아지면서 보신탕이 퇴출 위기에 처했다. 

여름철을 맞이하여 매스컴에서는 보신탕집들이 문을 닫는다고 연일 보도 한다. 이유는 거래처로부터 고기를 공급받기도 어렵고 손님들도 반응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보신탕에 대한 인식 변화와 보신탕 판매에 단속이 강화되어 업체들의 개 도살 중단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고기 공급 업주들은 시대가 바뀌어 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요즘에 반려견과 생활하는 인구 증가와 식문화 변화도 한몫하고, 개고기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 업체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주를 비롯한 각 시군에는 수십 년간 보신탕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많다. 특히 임실 오수나 익산 춘포 등에 산재한 보신탕집은 전국적으로 유명해 여름이면 문전성시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보도에 의하면“초복(11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전주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A 보신탕집 주인 P씨는 "개고깃값은 오르고 손님은 없는데 시청과 시민단체가 개고기를 판다고 하루가 멀다고 가게를 찾아와 단속한다"며 한두 해만 더 해 보고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P씨는 실제로 각종 민원에 시달렸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식품위생법 위반, 불법 입간판 등으로 시청에 신고해 단속반이 한 달에 3차례나 찾아와 단속했다는 것이다.

송천동에서 보신탕을 파는 Y씨는“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요즘은 보신탕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재료 수급이 제대로 안 돼 보신탕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 전반에 깔린 분위기 탓에 보신탕 영업을 접고 염소탕으로 업종을 바꿔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삼례 보신탕집 주인 C씨는 전업을 하고 싶지만, 막상 폐업하자니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아깝고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전주시내에서 시민이 반려견을 데리고 걸어가고 있다./정성수

이와 같은 현상은 개를 반려견(伴侶犬)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려견과 애완견(愛玩犬)을 혼동하고 있다. 애완견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개다. 일각에서는 애완견이라는 말은 개를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뉘앙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반려견이라는 말은 노벨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에서 평생을 함께하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반려견은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로, 주인과 정서적 교류를 하며 함께 생활한다. 또한 주인과의 관계에서 상호 간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성 교육을 받아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산책이나 놀이터 등에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한다. 심리학에서도 반려견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한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반려견이라는 말에 반대하기도 한다. 인간과 개는 동급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과 교감을 하고 의식을 공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려라는 개념을 개에 대입하기에는 언어도단이라는 견해다. 개를 키우는 동기나 원인은 다양하다고 하지만 인간의 만족을 위해 선택되어 사육되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견이라는 말에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개를 사육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개와 정신적 교감은 물론 의지하는 사례도 존재해 많은 사람이 반려견이라고 부르는 추세다.

전주시내 펫 마켓 사진/정성수

반려견은 주로 외국산 개다. 생김새도 가지가지 이름도 희한하다. 말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비숑, 시츄 등이 있다. 덕진동 소재 펫숍 의하면 장모 치와와 새끼견은 35만 원, 미니 비숑 프리제는 65만 원이라고 한다.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사료, 배변패드 등에 들어가는 운영비가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이 든다는 안내인의 설명이다. 그 외에도 예방주사도 수시로 맞혀야 하고 중성화 수술 외 질병에 걸리면 치료비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견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이다. 이제 개는 개가 아니라 반려견으로 신분 상승이 되어 사람과 동격으로 대접받는다. 주인과 산책을 하고 주인과 식당에 납시어 함께 밥을 먹는다. 옷을 해 입고 개껌을 씹기도 한다. 휴가철이면 개 호텔 에어컨 아래서 오수를 즐긴다. 겨울이면 온열 매트를 깔고 누워 꿈도 야무지게 꾼다. 심지어 이름도 사람처럼 불리며 주인의 품에 안겨 내 새끼라며 귀염을 받고 잠도 주인과 한 이불을 덮고 잔다. 죽으면 영정사진이 내걸리고 봉안당에 안치되어 주인이 눈물을 받아먹는다. 

요즘 반려견들은 든든한 빽까지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얼마 전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은 종식돼야 한다"고 언급하자 매스컴들은 동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국회에서도 '개 식용 금지법'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 도살과 보신탕 판매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이쯤 대우를 받으면 어지간한 인간보다 낫다. 말 그대로 개 팔자가 상팔자다.

정성수 시인, 향촌문학회장

 

정성수 시인, 향촌문학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