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순환관광버스·시티투어버스 재정비를

세계의 유명 도시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투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의 지리와 정보에 어두운 외지 관광객들이 지역의 관광명소를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제주를 비롯해 관광도시에서는 대부분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라남도의 ‘남도한바퀴’ 등 광역순환버스도 곳곳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의 투어버스는 관광도시의 필수 인프라로 여겨졌다. 낯선 도시를 찾은 관광객들이 전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광명소와 함께 지역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버스는 분명 매력적인 여행상품이다. 전북도에서도 14개 시·군의 주요 관광지를 한번에 돌아볼 수 있는 전북순환관광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함께 도내 관광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여행상품이다. 이와는 별도로 익산과 임실·순창·김제 등 각 시·군에서도 시티투어버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전북순환관광버스 사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나왔다.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인 471개 코스 가운데 62%인 290개 코스는 아예 운행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북순환관광버스를 알리는 홍보비는 6000여만원으로 전년(430여만원)보다 10배 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회 이수진 의원은 또 민간위탁기관 선정과 운영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제주 등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코로나19 이후 투어버스 운영체계 개편에 나섰다.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과 시간 등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하지만 전북지역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자화자찬식 홍보 뿐이다. 냉정하게 말해 전북순환관광버스나 도내 각 시·군의 시티투어버스가 제주나 부산·전남 등 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수년간 이용자가 한 명도 없는 코스가 수두룩한 상태에서 신규 코스 개발과 홍보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다.

도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시점에서 전북순환관광버스와 시·군 시티버스 사업을 냉철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운행노선별 이용현황과 문제점 등을 꼼꼼히 분석하고, 폭넓은 수요조사를 통해 운영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