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원로’ 고(故) 장명수 전 우석대 총장이 지난 23일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생전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귀감이 될만한 저서를 많이 남기기 위해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지역 예술인을 아우르는 전북예총 회장과 민간인 신분으로 전주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는 등 전북 문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고인이 생전에 집필한 저서들이 26일 발인과 동시에 재조명되고 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 지난해 11월 <전주 격동기 반백 년 남겨야 할 구술 실록>과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신아출판사)을 펴내기도 했다.
당시 구순(九旬)을 맞아 600여 페이지와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출간했다.
<전주 격동기 반백년 남겨야 할 구술실록>은 <식민시대 구술실록>, <8·15 해방과 6·25 전쟁 구술실록>에 이어 출간한 세번째 책이다.
고인은 이 책에서 시대의 변천사와 사회 활동을 모두 기록해 격변기 반백년에 남겨야 할 전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뛰어 넘어 전주에서 생활한 고인의 생활사와 전주음식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뤘다.
고인은 이 책을 쓰면서 ‘쥐어짠 기억’이란 표현까지 쓴 것으로 전해졌다.
옛 기억을 더듬어서 기록으로 만드는 일이 어려운 것이기에 잘 때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잤다고.
갑자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기록하고 사람과의 대화 속에 떠오른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 항상 메모지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단다.
이러한 고인의 살뜰한 면모는 지역민에게 사람의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고인이 생전에 펴낸 또 다른 책 <전라도 관찰사 밥상>(북코리아)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전주의 맛과 전주음식의 계보를 써내려간 것이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책 제목대로 관찰사의 밥상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관찰사의 등청, 음식통치, 상물림 등 흥미로운 내용이 쓰였다.
관찰사 밥상에 이어 영집 밥상, 수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어지는 전주음식 계보도 발굴했다.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은 물론 요정, 요릿집, 청요릿집, 다방까지 음식의 풍성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라도의 맛과 경상도의 맛을 비교하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전주의 맛까지 나열했다.
고인은 책의 머리말에서 “전주음식의 계보를 그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며 “독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게 잘 조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족한 내용은 전주음식을 연구하는 요리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1933년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3년부터 32년간 전북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전북대 총장, 우석대 총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