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외압의 진실 공방을 둘러싸고 체육회와 도의회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체육회가 직접 예산 편성과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도의회와 도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예산 문제는 체육 현안 중 최대 난제로 꼽히며 그동안에도 두 기관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도 결국 예산 갈등이 불씨를 키웠다. 체육회 사무처장이 본인의 사직을 전제로 사법기관 등의 고발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준섭 처장은 지난 25일 회견에서 도의원 갑질과 청탁, 도청 직원의 협박성 발언을 문제 삼았다. 사실관계는 곧 가려지겠지만 그의 폭탄 발언과 관련해 후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학 구도를 보면 도의회·도청은 실질적으로 체육회를 견제 감시할 뿐 아니라 예산과 업무 방향에 대해서도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다. 도지사가 회장을 겸할 때는 이들 관계가 비교적 원만하고 업무 협조도 잘됐다. 그러나 민선 체육회장 이후 불편한 기류가 역력해지면서 갈등과 마찰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종목 단체 회장이 부족한 체육 예산에 불만을 품고 도지사 낙선운동을 언급해 큰 파장이 일었다. 도의회 행정 사무감사 때는 대폭 삭감된 예산을 들먹이며 의원이 체육회에 핀잔을 주는 일도 있었다.
민선 회장 시대를 맞아 가장 큰 이슈가 예산 확보 문제였다. 도지사 회장 시절엔 체육회 예산의 80-90%를 도청 지원금에 의존했다. 예산 문제 해결이 회장 역량 평가의 1순위로 떠오른 건 그 때문이다. 만약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민선 초기 혼란과 시행착오를 감안한다 해도 갈등 수위는 예상 외로 높았다. 일각에선 도지사가 지원 사격한 후보가 분루를 삼키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설왕설래했다. 그 무렵 정강선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 의혹까지 터지면서 문제는 더욱 꼬여갔다. 이렇듯 예산 문제는 민선 체육회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체육인들은 이 상황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 타격과 함께 추진동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선거에서 젊은 회장을 선택한 건 그만큼 체육 발전의 역동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패기와 추진력으로 기득권에 안주한 무기력한 기운을 걷어내고 힘찬 날갯짓을 함께 하자는 의미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예산 확보다. 그런데 예산 주무 기관인 도의회·도청과의 갈등도 모자라 직접 총구를 겨눴다는 점에서 수습책이 쉽지 않을거란 관측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강선표 체육행정’ 의 진가를 발휘할 때다. 지난 2020년 그가 취임한 뒤 코로나 팬데믹이 덮쳐 체육 현장은 올스톱 되다시피 했다.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전북 체육이 용틀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암초에 걸려 가라앉지는 않을까 속을 태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