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넝쿨이 벽에 붙어
바락바락 기를 쓰며 오르고 있다
맨 앞 꼭두만을 고집한다
제 뿌리가 땅에 뻗어 있는 줄은 까맣게 잊고
오직 하늘만 바라본다.
그 밑을 한들거리며
여유롭게 해찰하는 능수버들이 있다
△ “바락바락”이라는 말, 참 질긴 말이다. ‘바락바락’이라는 말은 ‘악을 쓴다’라는 말과 짝을 이룬다. 바락바락 악을 쓰는 사람의 목덜미에는 예외 없이 핏대가 선다. 벽을 기어오르던 “담쟁이 넝쿨”도 담쟁이의 핏대였다. 굵은 그 핏대는 여간해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의 목적을 다 이룬 후에야 슬그머니 주저앉는다. 핏대를 타고 올라온 말속에는 불이 들어있어서 제 속도 타고 듣는 사람의 속도 탄다. 능수버들이 손잡아 주지 않았으면 불같은 성미가 들끓는 세상은 잿더미가 될 뻔했다./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