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가 멈추자 극한 더위가 기승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는데, 계속되는 재난에 국민의 고통과 피해가 크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겨야 하지만, 사회적 참사를 마주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한결같다. 대통령이 달려가도 어쩔 수 없다며 일단 책임을 부정하고, 사고원인은 전 정권에 있다며 야당을 공격한다. 그리고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잡겠다며 감찰로 일선 공무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이권 카르텔을 쳐부수겠다며 검찰수사의 칼을 들이댄다.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이 된 LH 15개 공공주택단지 중 7곳이 윤석열 정부에서 엉터리 준공 승인을 받았고 6곳이 부실 공사로 밝혀졌는데도 문재인 정부 때 착공한 것이라며 또 남 탓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의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대통령이 거부했고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결국,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헌재의 행안부장관 탄핵 기각이 내리자 대통령실은 “야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역공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는 민간단체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 복구에 투입하겠다더니, 이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부재를 참사 원인으로 호도해 야당 공격에 나선 것이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 정쟁으로 몰아가는 정부‧여당의 고질병은 교육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지시하며 ‘학생인권조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권리 보장을 명시한 조례로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총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학생인권조례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은 조례 제정 이후 교권침해가 늘어야 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11개 시‧도는 6개 시‧도와 비교해 교권침해가 적어야 한다. 과연 그러할까?
전라북도는 학생인권조례를 2013년에 제정했는데 전년도 교권침해는 217건이고 제정 다음 해는 111건으로 48.8%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평균 49.7%가 하락해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교원 100명당 침해 현황’도 마찬가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의 교원 100명당 침해 현황은 0.5건으로 조례가 없는 곳의 0.54건과 비교해 근소한 차이로 적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인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것이다.
학생 인권과 교사 권리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중받아야 하는 권리이다. 학생 인권 보호가 교권침해를 불러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육현장의 근본적 문제는 입시 중심 경쟁교육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법과 정의를 앞세울 때 권력 남용이 기승을 부리며 특권이 자랄 것이고, 자유를 지키는 이념의 투사를 자처할 때 자유가 가장 억압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인권과 안전처럼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행복을 가져온다.
야당 공격과 남 탓에 혈안이 되어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면 야당이 국민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이 “너 때문이야”를 외칠 때 민주당은 “내 탓이오”를 가슴에 새기며 민생정치에 전념할 것이다.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