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범행 예고’ 게시물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등 이상동기 범죄, 일명 ‘묻지마 범죄’가 2주새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하지만 정작 사회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린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무분별하게 전파된 ‘범행 예고’ 게시글들이었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4일 오전 SNS와 대학 커뮤니티 및 지역 맘카페 등에 "5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전주시 천마산로에서 칼부림 예고가 올라왔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한 경찰실습생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주의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며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실제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전주시 완산구 내 편의점에서 미성년자가 칼 구매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불안감은 가중된 상태다.
한바탕 소동으로 이내 정리되는 듯 했지만, 한 번 잘못 퍼진 소문은 또 다른 소문으로 재생산돼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다.
같은 날 오후 “덕진공원과 송천동 사이에서 7세 아이와 20대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10명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다음 타깃은 전주역임에도 경찰에서 쉬쉬해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메신저 캡처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메신저방에 있던 A씨에 따르면 한 익명 커뮤니티에서 ‘송천동과 호성동에서 칼부림이 있었다’는 글을 보고 오인해 주고받은 메시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익명 커뮤니티 글도 트위터에서 범행 예고글을 보고 작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위와 같은 혼란은 전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경찰청에 따르면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보름 사이에 최소 42건의 범행예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혼란이 지속되자 경찰은 지난 4일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전술장갑차와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100여 명, 경찰관 1만 2000여 명 등 경찰력을 전국 도심 곳곳에 배치했으며, ‘범행 예고’ 글에 협박 및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긴급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사이버상 흉악범죄 예고와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일부터 6일 낮 12시까지 ‘범행 예고’ 게시글 작성자들을 검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측면에서 사실상 테러와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박종승 전주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실제 범행의사가 있다면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예고 글 대부분이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며 “마치 ‘베르테르 효과’처럼 예고글로 관심이 끌리는 것을 본 다른 이들이 모방 범죄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익명 뒤에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