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라더니...“잼버리 실패, 새만금 탓”

국민의힘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 악용했다는 발언 일파만파
바로 1주 전 尹 대통령 “새만금의 미래가 대한민국 미래”
김기현 대표 “잼버리 전북 발전 촉진제가 되도록 노력”
전북도민 표로 성장한 민주당 ‘전북 고립’에 결정적 역할
새만금, 잼버리 빼도 여야 공통 발전 약속…역사가 말해줘

지난달 7월 잼버리 현장을 찾은 여당지도부/전북일보 자료사진 

“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새만금에 담겨있다고 이야기해왔다” (2023년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  30년 간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도록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서 챙기겠다" (2022년 5월 22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세계잼버리대회‘가 ‘전북 발전을 앞당기는 커다란 촉진제’가 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 (2023년 7월 27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하고, 윤석열 정부가 개최하는 행사” (2023년 8월 4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실패 원인을 두고, 여야 정쟁이 격화되면서 졸지에 새만금이 그 희생양으로 지목됐다. 세계잼버리를 새만금 개발의 명분으로 활용하면서 귀중한 국제행사를 망쳤다는 것이다.

선거철마다 속도감 있는 개발을 약속하던 정치권은 전북을 국가예산만 빨아먹는 존재로 격하했다. 새만금 예산만 받아 가고 잼버리를 새만금 개발의 도구로만 활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중앙정부가 밝힌 새만금 신공항 예타면제와 사업추진 이유 및 당위성, 전북이 잼버리를 강조했다는 내용은 없었다/출처=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새만금 신공항 사업계획서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세계잼버리 유치가 답보 상태의 새만금 개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당위성’은 됐으나, 세계잼버리가 ‘국가 주도 사업’인 새만금 개발의 본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잼버리가 “전북 발전과 새만금의 촉진제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다름 아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였다.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지난달 27일 잼버리 현장을 찾아 지역 발전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실패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빠르게 새만금을 손절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지역 혐오를 조장하기까지 했다. 이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여권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대놓고 새만금 개발사업을 ‘염불의 잿밥’으로 격하하면서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잼버리 성공을 위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새만금 개발에 투입했으나 정작 전북도는 잼버리 준비에 소홀했다는 논리다.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대회 실패 원인에 대해 “'잼버리'가 목적이 아니고 '새만금 개발'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새만금 국제공항까지 거론됐다. 특히 공항을 반대하던 진보정당 등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잼버리를 공항 사업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잼버리를 핑계로 공항 사업을 통과시켰다는 것. 그러나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은 잼버리가 아니더라도 부산·경남, 대구·경북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러한 말을 침소봉대해 마치 전북이 잼버리를 도구화한 비열한 지자체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는 대회 이전에 완공된 새만금 각종 SOC 사업도 마찬가지다. 새만금 사업의 본질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이다. 새만금 공항, 항만, 도로 등 트라이포트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국비가 투입된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잼버리가 정쟁거리로 변질, 지역 비하 대상으로 고착하면서 30년 동안 애증의 땅이었던 새만금이 다시 소환됐다. 전북도민의 희망 고문 도구였던 새만금이 전북에 모든 주홍 글씨를 씌우기 위한 정치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솔직히 사람이 잘못했지 새만금 개발 자체에 무슨 죄가 있겠냐”며 “정쟁하지 말자는데도 계속 민주당이 이걸 자기들 위기 탈출용으로 활용하니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고 전했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가 시작되기 전 국민적 관심도는 매우 낮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하니까 전 국민이 주목하게 된 사례”라면서 “잼버리가 새만금 예산 확보와 집행을 위한 '만능열쇠'였다면 지금쯤 새만금 신공항은 첫 삽을 뜨고도 남았는데, 개항조차 다른 지역 공항 사업에 밀려 미뤄진 게 현실 아닌가”라고 했다.

국회 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잼버리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조차 잘 몰랐을 정도로 과거에는 국민적 관심이 적었다. 그만큼 예산 확보 활동에서 잼버리가 크게 강조된 적도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잼버리를 빌미로 새만금 개발이 촉진됐다고 보는 시각은 사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