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이지메가 횡행했다. 남의 일로만 알았던 이지메는 1990년대 이후 왕따라는 이름으로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한 집단에서 다수의 성원이 소수의 약자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소외시키는 행위를 말하는데 인간사회뿐만 아니라 원숭이, 토끼처럼 서열이 엄격한 동물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체로 또래집단 보다 약할때 나타난다고 한다.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 무주, 진안, 장수를 일컬어 무진장 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이들이 있다. 오랫동안 전국적인 오지의 대명사였다. 경북에 가면 BYC가 있다. 경북 북동부에 있는 봉화군, 영양군, 청송군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전북을 기반으로 한 속옷회사 BYC에 빗댄 이름이다. 3지역 두문자어라는 공통점이 있는 무진장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대표 낙후지역으로 손꼽힌다. 무진장은 고속도로라도 잘 뚫려있는 반면, BYC에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곳은 청송 한 곳밖에 없다. 다만 산업화나 개발 등의 관점에서 본 것일뿐, 오늘날에는 무진장이나 BYC를 꼭 오지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천혜의 자연환경,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 등의 이미지 등으로 인해서 오히려 수도권에서 전학을 오거나 귀촌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규모가 적고, 인구나 힘이 약하면 흔히 말하는 이지메를 당하기 십상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지역사회, 개인들간의 관계에서도 엄연히 실체는 존재한다.
멀리 갈 것 없이 전북의 최근 100년 역사만 살펴봐도 축소의 역사, 이지메의 역사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구나 경제력, 전국적인 영향력 등 모든 측면에서 볼때 확대되기보다는 축소됐고 지배하기 보다는 지배당한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그 큰 원인을 어떤 이는 오너가 없는 전북정치권에서 찾는다. 광복 이후 인촌 김성수 정도가 한민당의 실질적 오너 역할을 했으나, 그 이후는 전북을 기반으로 한 오너 정치인이 없었다는 얘기다. 일정한 계보를 가진 오너 정치인은 소석 이철승 정도를 꼽을 수 있으나 그 또한 김영삼, 김대중과는 달리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의지는 강력하지 않았고 양김씨와의 경쟁에서 패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2000년 이후, 정동영, 정세균 정도가 나름의 세력을 키우면서 대권 후보 반열에까지 진입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그들 역시 지분을 가진 오너 사장은 아니었다. 작금의 전북정가 현실은 오너는 커녕, 실세 하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얼마전 새만금잼버리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중단사태를 맞으면서 전북은 뭇매를 맞다시피했는데 어느 누구하나 전북민을 대변하는 이는 없었다. 오너 정치인이 없는 전북은 잼버리 실패로 인해 향후 엄청난 이지메를 당할 소지가 커졌다. 중앙정치권이나 타 시도의 이지메를 견뎌내야만 한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그때까지는 적어도 전북사회에서 내부총질을 해선 안된다. 분열된 집안은 생존할 수 없고 전북은 대리전을 벌이는 이전투구의 장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