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 마음을 잇는 다는 거

이종순 수필가

주말 부부로 사는 내겐 기차를 타는 일이 다반사다.

어느 땐 창가에 기대어 지친 나를 내려놓고 꾸벅꾸벅 졸기도하고 또 어느 땐 초롱초롱 더 눈빛이 밝아오기도 한다. 

창 넓은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변화에 사뭇 인생의 무상함도 느끼게 되곤 하는데 이번 주일엔 불쑥 여름나들이가 떠오른다.  

창문에 비치는 산자락에는 여름꽃들로  물들어가고 우리동네 가로수 길가엔 연 초록빛깔로 수놓은 듯 아름다운 여름날이다. 

유난히 올해는 한꺼번에 꽃들이 찾아와서 꽃 멀미가 날 듯하지만 이런 날 꽃 마중이 가고 싶어져  감성이 풍부하신 P 선생님이 떠올라 데이트 신청을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녀가 된 듯 두 손을 잡고 꽃길을 걸었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와 다과를 먹었다. 이렇게 소소한 작은 일에 고마워하시는 선생님이셔서 진즉 이런 자리를 마련 못했을까 아쉬움과 죄송함이 앞선다.

인연이란 만남의 연속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만남에도 울림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P 선생님도 사람 좋아하는 내 성격에 딱 맞는 모습이시다. 

외동딸로 자라온 나는 늘 외로움이 몸에 배인 아이처럼 사람들이 좋았다.  

언니, 오빠도 있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 혼자 울곤 하였던 기억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늘 내곁에서 외로움을 달래주신 분은 우리 어머니뿐 이었다. 

어느 시인처럼 혼자 시소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전부 였던 그 시절, 부끄러움에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는지 참으로 바보 같은  내 모습이었다.  

이해인 시인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 멀미가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또한 미리 겁이 나서 사람만나기가 두려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훌훌 향기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인연을 만나게 되는 일 이라는 것도 뒤 늦게 알았으니까. 

그러나 좋은 인연을 만들기에 서로가 배려하고 존중해야 만이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인연을 만났어도 자신의 불찰로 놓쳐버린 인연들도 허다 할 때가 있는데 지나고 보면 나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깝고 부끄럽기조차 하다. 

나는 따뜻한 선생님과의 만남을 좋아한다. 어느 날에는 서점에서 책을 건네주시기도 하고 글을 열심히 써보라며 도닥여 주시기도 한다.

선생님을 만난 지도 세월이 흘러 어느덧 여름날에 서있다.

참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여러 인연들과 마음을 이으면서 사랑하며 산다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행복이 우수수 쏟아지는 일이라서 나는 기꺼이 험한 이 길을 좋아하고 있음이다.  

그 어디선가 저 멀리서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바리톤의 중저음 목소리는 슈만의 연가곡집에 수록된 시인의 사랑의 곡이기도 하다. 이처럼 아름다운 칠월이면 마치 연 보랏빛의 수국꽃이 활짝 피어날 것만 같아 내 마음이 설레 임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종순 수필가는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 신인상 부문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전주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 및 원장으로 근무하며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와 호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