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양파-김혜경

무릎도 안 아프고 암시랑 않다 허리

택배로 보내주신 한 자루의 거짓말

껍질을 까기도 전에

매운 눈 뜰 수 없네

멀쩡하단 말씀에 생생한 줄 믿었네

물크덩 썩은 속내 도려내며 알았네

어머니 거짓 안부만

입에 달고 사셨네

△ "택배로 보내주신 한 자루의 거짓말”은 화려한 수사나 감정이입 없이 살아 있는 사물의 실체를 옮겨놓았다. 사물이 꿈틀거리며 냄새를 풍기고 "썩은 속내를 도려”낼 때 어머니의 거짓말이 뭉클 눈시울을 뜨겁게 했으리라. “암시랑 않다”라고 소리 내어 읽으면 허리 아픈 어머니의 말씀이 들린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택배로 보내면 아린 가슴이 씻겨질까? 잠 못 드실 가슴앓이 병은“썩은 속내 도려”낸 자식 걱정 잊은 지 오래다./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