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연고지 이전 두고 체육·시민단체 "규탄"

전주시 체육회·농구협회, 유소년선수 육성 좌절에 유감 표명
시의회·전북애향본부 등 속속 입장문 내고 구단에 해명 촉구

23년간 전주에서 활동해온 KCC 이지스가 최근 연고지를 부산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 구단 행보를 두고 "전주시민과 농구팬들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주시와 함께 농구경기장 건립과 관련한 업무를 협의해온 전주지역 체육인들은 갑작스런 KCC 이지스 구단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대해 "23년간 동락한 전주시민과 농구 팬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고 규탄했다. 

전주시체육회와 전주시농구협회는 31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CC이지스는 어떤 의견 수렴이나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했다"며 "23년간 고락을 함께 하면서 무한한 사랑을 보내준 농구팬들을 위한 납득할 수준의 입장을 표명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단체는 "지난 몇 년간 전주시와 전주시체육회는 농구인을 위한 체육관 건립을 위해 구단,대학, 생활체육단체 등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면서 업무 협의를 해왔다"며 "하지만 구단은 소통과 신뢰의 부재를 명분으로 이전 결정을 전격 강행했고, 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빌미거리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농구인들은 유소년 농구선수를 육성할 기반이 사라졌다며 큰 유감을 표했다. 

김동현 전주시농구협회장은 "지역에 연고지를 둔 구단이 있어 기대할 수 있었던 체육꿈나무 발굴 등의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20년 이상 전주에 연고지를 뒀지만, 그간 지역사회에 이렇다할 공헌이나 교류가 없었다는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전북애향본부(총재 윤석정)는 "KCC 구단은 실익 때문에 이전을 강행, 결국 전주와의 23년 인연을 내버리고 잇속만 챙겼다"며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 뒤에도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었던 점은 팬과 연고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인 전주보장구수리센터, 사단법인 나들목, 사단법인 가온길도 입장문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농구는 외부활동을 위한 최적의 종목이었는데, KCC 구단의 일방적인 연고지 이전 결정에 허탈감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한국노총 전주지역지부도 "KCC구단은 공언한 지역 완전 정착과 유소년클럽 활성화 등 지역사회 기여 약속과 팬들과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규탄했으며 전주시기독교연합회도 "창단 후부터 함께한 세월을 생각해서 연고지 이전과정과 배경을 명명백백하게 전주시민과 농구 팬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의회도 목소리를 보탰다.

시의회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7년 전 전주 잔류 결정으로 약속한 구장 신축이 사업비 증액에 따른 행정 절차 소요 등으로 지연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단 측과도 여러 차례 공식 협의하며 이해를 구해왔다"면서 "경제적 측면과 홍보 효과 등 기업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시민과 홈팬에게 최소한의 도의적 입장표명이라고 했어야 마땅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