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력과 약성이 뛰어나 ‘약콩’이라 불리는 토종 ‘쥐눈이콩’을 발굴해 식품화한 향토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전주에서 20년 넘게 오로지 국산 토종콩으로만 청국장·두부 등 콩식품을 만들어 전국적 유명세를 탄 향토기업 ‘함씨네 토종콩식품’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특허를 받은 ‘쥐눈이콩 마늘청국장 환’ 등 토종콩식품 생산설비까지 다 잃게 생겼다. 지난 6월 공장이 경매로 넘어갔고, 이달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을 앞두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북도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수도’를 기치로 내걸고 농생명·식품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의 현 상황이 못내 아쉽다. 함정희 대표는 우리 콩 식품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국산 콩 알림이·토종콩 지킴이로 명성을 얻었다. 가격이 수입콩의 무려 10배에 달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우리 콩을 지키려는 열정과 고집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새로운 가공방식을 개발해 특허도 받았다. 함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비롯해 대통령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한국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냉혹했다. GMO(유전자 변형식품) 걱정 없는 국산 콩을 고집하면서 원가 과잉으로 경영위기를 맞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았다.
함 대표를 응원해 온 지역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후원회(함씨네 토종콩 살리기 운동본부)는 ‘토종콩식품 원천기술이 담긴 생산설비를 잃게 되면 함 대표가 그간 노력해온 토종콩 식품 연구·개발 성과가 모두 사장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 함씨네 토종콩식품은 전주와 전북의 정체성, 그리고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농생명·식품산업)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각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지역의 성장동력 산업을 이끌 수 있는 이름난 향토기업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더 늦기 전에 전주시와 전북도,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관심을 갖고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