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건물서 노부부 구한 ‘장한 중학생들’

중학생들이 불이 난 상가건물에 들어가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를 구출했다. 앳된 얼굴의 중학교 1학년들이 장한 일을 해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화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께 완주군 봉동읍의 4층 건물에서 일어났다. 이 건물 1층에 위치한 식당 주방에서 튀김기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이 건물 3층 놀이시설에 있던 봉서중 1학년 장수인·전도영(13) 학생은 요란한 화재 경보음을 듣고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그때 인근 주민이 다급하게 4층에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다고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고 이들은 주저없이 매케한 연기가 차오르는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한 학생은 급히 할머니를 등에 업고, 다른 학생은 할아버지를 부축해 신속히 건물을 빠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연기를 흡입해 호흡 불편과 오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노부부도 무사했다. 이후 소방관들이 도착해 불은 20분만에 진화됐다. 완주소방서는 노부부의 생명을 구한 학생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해 격려하기로 했다.

우리 주변에는 화재, 폭우, 지진 등 재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어쩔 수 없는 때도 있지만 인재인 경우도 많다. 이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평범한 이웃들의 소식을 접한다. 우리는 이들을 의인(義人)이라 부른다. 지난해 말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는 154명이, 지난 7월 충북 오송 지하차도에서는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작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지만 현장에서는 평범하면서도 의로운 사람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전북에서는 해마다 연말이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거액을 기부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있어 훈훈하게 해준다. 또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상가 통학로를 내준 부부도 있다. 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만한지도 모른다. 지금 전북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실패와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으로 뒤숭숭하다. 무기력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이러한 때 중학교 1학년생의 용기있 행동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들의 선한 행동이 이웃으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