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 단백동화(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이 불법 유통되고 있지만 경찰 등 관계기관의 단속은 전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주시내 한 대형 헬스장은 건물 내 화장실에 "쓰레기통에 주사기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공지문을 부착했다.
스테로이드 사용자가 약물을 투약한 뒤 주사기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면서 청소하는 직원들이 다치는 경우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섭취나 주사로 주입하는 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폭발적인 근육량 증가를 돕지만 간부전 및 무정자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의사 처방없이 구매하는 것은 약사법상 불법이다. 주로 의료계에서는 염증감소와 재활 등 치료 목적으로 처방된다.
해당 헬스장 대표는 "처음 오픈했을 때 일부 회원들이 스테로이드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를 쓰레기통이나 변기 등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공지문을 내건 이후에도 여전히 화장실이 아닌 건물 외부 쓰레기통이나 길가에 주사기를 버리고 가는 사용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운동 직전이나 직후 투약하는게 근육량 증가에 효과가 가장 좋다는 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며 "건강하게 운동하는 다른 회원분들에게 약물에 대한 유혹이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발견 즉시 치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스테로이드는 메신저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버젓이 수백 개의 판매 게시글이 올라와 있는 등 보디빌딩 선수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 대중화된 실정이다.
익산시내 한 헬스장 관장 이 모씨(36)는 "회원을 상대로 스테로이드 사용법을 알려주고 돈을 받는 트레이너가 있을 만큼 이미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며 "일단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근육이 커지는데, 그 만큼 중독성이 강해 점점 더 약을 찾다가 몸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북일보가 텔레그램 등 SNS 상에서 일명 '디아나볼'이라 불리는 스테로이드제 계열 약물을 사이트에 입력하자 수십 개의 판매자 게시글이 검색됐다.
검색한 디아나볼은 일반 스테로이드보다 단백질 합성이 빨라 근육량 증가에 효과적이지만 그 만큼 간에 무리도 커 부작용이 심하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선 지난 1983년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반 스테로이드와 달리 디아나볼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이 중 '정품 디아나볼만 취급한다'는 판매자에게 접근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데 구매 가능할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판매자에게서 '전국 어디든 가능하다'란 답이 왔다. 필요 수량을 말하자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보내며 배송지 주소, 전화번호 등을 요구했다. 가격은 1통 100정에 20만 원이었다. 다른 판매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방전 등의 별다른 절차없이 연락 한 통이면 스테로이드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구매 수단은 SNS 메신저뿐 만이 아니다. 여러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갖가지 스테로이드제를 조합해 최대의 효율을 내는 화학 사용법을 공유하는 모임까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나 보건당국의 단속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스테로이드 등 불법 의약품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 대상이 됐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 사용까지 불법은 아니다"며 "이미 국내에 밀수입된 스테로이드가 대량 유통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서 유통된 스테로이드 등은 변질,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병원과 약국의 지도 및 처방에 따라 사용하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