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옛집은 흔적 없고 추억만 떠올라/ 한참을 우두커니/ 눈시울만 붉히다 돌아 나오는데/ 안방에서 아버지 어머니/ 환하게 웃는 모습 뒤따라 나온다.”(하광호 시 ‘고향길 돌아 나오는데’ 중에서)
진안군청에서 정년퇴직 공무원이자 현재 진안문화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광호(67) 씨가 이달 초 월간 <문예사조>가 공모한 시 부문 신인작품상에 응모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하 수상자는 공모에 5편의 시를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고향길 돌아 나오는데’와 ‘마중물’, ‘내 고향 박물관 용담호’ 등 모두 3편의 시가 수상작으로 선정돼 <문예사조> 9월호에 실렸다.
김송배 등 2인의 심사위원은 하 수상자의 등단 시 3편에 대해 “(하 수상자가) 평소 불망으로 간직한 고향에서 시창작의 이미지를 창출해 그리움을 순정적 내면의식으로 들려주고 있다”는 심사평을 내놨다. 또 “향수를 통해 우리 주변에 서성이는 그리움이라는 시적 주제를 지극히 평범하게 형상화하는 시법을 구사했다”며 “현대시의 난해를 극복하고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 창조했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문예사조> ‘호적부’에 공식 이름을 올린 하 수상자는 “한 오라기의 시심이 시가 되는 일은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실개천을 이루고 그 실개천이 먼 바다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 퇴직 당시만 해도 글쓰기 문외한이던 제가 손꼽히는 문학잡지<문예사조>에 시인으로 등단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당선소식을 듣는 순간 동쪽 하늘에서 무지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면의 소리를 시어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두렵고 자신이 없어 늘 주저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인상 수상에 대해 그는 “상이란 ‘지금 잘했다’는 칭찬이라기보다 ‘지금은 부족하니 앞으로 잘하라’는 격려의 뜻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번 등단은 순전히 ‘나를 가꾸는 시 쓰기’ 시 창작반(전주교육문화회관 평생학습) 덕분이었다”며 수상 공로를 창작반 교수진에 돌렸다.·
그는 “시 창작반에서 ‘시작 기초’를 배우면서부터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다보니 조금씩 시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턱 없이 많이 부족하다. 이제 첫걸음마를 했으니 앞으로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한 반복이 시인으로서 갖춰야 할 단단한 다리, 즉 건각을 갖추는 요건이 되리라 확신한다. 시의 건각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 수상자는 진안 출생으로 38년간 진안군청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지난 2016년 퇴직하고 난 후, 공직시절 로망이던 글쓰기를 시작해 단기간에 수필가와 시인이 됐다. <표현> 제77호(2020년), <한국산문> 3월호에 수필 등단했고, 전주시민문학제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늦깎이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