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전북 남원을 비롯해 경남 김해, 함안, 합천, 고성, 창녕과 경북 고령 등 7개소를 세계유산에 올린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6건을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 전북은 2000년 고창의 고인돌, 2015년 익산의 백제역사유적, 2019년 정읍의 무성서원, 2021년 고창의 갯벌에 이어 세계유산 5건을 보유하는 문화강도(强道)로 등장하는 셈이다. 이러한 쾌거는 도민 모두 크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이번 등재는 가야가 호남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세계가 인정하는 것으로 국사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만큼 획기적인 일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이번에 “가야고분군이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며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를 권고했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정치체다. 이 가운데 남원 고분군은 가야의 범위가 5∼6세기에 낙동강 하류 일대에서 서북부 내륙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그동안 고대사에서 가야의 존재와 연구는 영남이 독점해 왔다. 일찍부터 유물·유적의 발굴과 보존, 활용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었으며 전북은 뒤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남원 운봉고원을 비롯해 무주, 장수, 진안, 완주, 금산 등에서도 가야의 귀중한 유물들이 발굴돼 통념을 뒤엎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확장등재, 철 테마 국립박물관 건립, 가야 봉수 에코뮤지엄 조성, 루리티지(RURITAGE)프로젝트 추진 등 네 가지를 강조했다. 모두가 중요한 일이지만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확장등재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다. 장수가야는 시작이 늦었을 뿐 문화적 가치는 남원 못지 않아서다. 남원 등 7곳이 모두 백두대간 동쪽과 낙동강 유역에 있지만 장수가야는 서쪽과 금강을 끼고 있어 지역성과 유일성이 강점이다. 또한 최상급 가야토기와 철의 왕국임을 증명하는 말편자와 단야구 세트 등이 출토되었다. 거기다 장수가야의 봉화망은 독보적이다. 이제 전북도와 장수군은 장수가야의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모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