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규정이 아이돌봄 등 특수한 노동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돌봄노동자들이 휴게시간 특례직종 지정 등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돌봄 노동자들은 일의 특성상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아이와 돌보미 간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규정을 따르려다 보니 임금 감소와 서비스 질 저하 등 노동자와 이용자 양쪽에 불가피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18일 전주시와 공공연대노동조합 전북본부 등에 따르면, 전주지역에서 아이돌보미로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400여 명에 달한다.
이용자들이 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신청을 하면 각 가정에 파견 돌봄서비스를 하는 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규정을 적용받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근무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지원과 자부담을 포함한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 당 30분, 8시간 당 1시간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이는 곧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서도 돌봄을 4시간 이내로 요청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4시간 이상 요청 시 30분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하다 보니 가정에서도 3시간 30분 만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4시간 이상 돌봄을 요청할 경우, 돌봄 노동자가 임금이 발생하지 않는 휴게시간 30분을 추가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되거나, 임금이 산정되지 않는 휴게 시간동안 다른 노동자와 교대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곧, 이용자는 돌봄을 실질적으로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지 못하고 노동자는 실제 일한 시간 시간보다 임금이 발생하는 시간이 줄면서 임금 감소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아이돌봄의 특성상 휴게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돌봄을 일시 중단하고 아이와 떨어져 별도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를 혼자 방치하게 돼 아동학대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공공연대노동조합 전북본부와 전주시 아이돌보미 노동자 20여명은 이날 오전 전주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피로를 회복하고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 시행되고 있지만 특수한 노동환경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인 적용으로 각종 피해를 낳고 있다"며 "아이돌봄 노동자들의 실제 현장을 반영하지 않은 기계적인 법 적용은 오히려 본래의 취지를 해치는 독소조항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대로 쉬라고 하지만 돌봄 노동자들은 아이를 방치할 수 없어 사실상 공짜노동을 하고 있으며 근로소득 감소를 감수하고 있다"며 "아이들과의 유대관계 형성이 중요한 돌봄 과정에서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행정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한다면서도 법이 정한 규정과 실제 노동현장 사이의 괴리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이 돌봄이 필요한 가정과 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파악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