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용류 가야금산조의 행방

일러스트/정윤성

산조의 사전적 풀이는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가락이다. 음악적 특성으로는 담담하고 온화한 우조와 슬프고 처절한 계면조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를 사용하면서 선율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악 독주곡이다. 지금은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피리 등 대부분의 악기가 각각의 특성을 살린 산조를 만들어 연주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19세기 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다. 가야금 산조는 느린 가락으로 시작해 빠른 가락으로 이어지는 형식적 틀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연주자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교와 즉흥성을 살려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산조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로 연주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산조 연주가 활발했다.

전북에도 주목을 받아온 가야금 산조가 있다. ‘신관용류 산조.

신관용은 김제 출신이다. 아버지는 피리와 장구 명인이었고 어머니는 무속인이었다. 그는 열다섯 살에 가야금 명인 이영채를 만나 가야금을 배웠으나 스승의 가락만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연주했다. ‘어제 탔던 가락과 오늘 타는 가락이 다를 정도로 즉흥성이 강하고, 슬프고 처연한 색깔로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낸 신관용류 산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오늘날 우리 전통음악 연주 무대에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가야금 산조는 여럿이다. 그중 국가나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산조는 김죽파 강태홍 신관용 성금련 김윤덕 김병호류다. 주목하게 되는 사실이 있다. 전북제 신관용류 가야금 산조의 행방(?)이다. 특이하게도 신관용류는 전북이 아닌 경남 문화재다. 보유자는 남원 출신인 강순영 명인이다. 안숙선 명창의 이모이기도 한 강순영은 일찌감치 생활 터전을 진주로 옮겨 활동했다. 신관용류 산조가 경남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다.

전북제 산조가 다른 곳에서라도 계승되고 있는 현실은 반가우면서도 안타깝다. 다행히 신관용류 산조를 주목하는 연주자들이 있다. 그 선두에 전주 출신 가야금 명인 김일륜이 있다.

지난 916일 저녁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산조의 밤에서도 김일륜은 신관용류 산조를 연주했다. 관객들은 슬픔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고 온갖 감정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세계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지난해 신관용류 산조를 음반으로 발매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이 산조를 만났다는 그가 1983년 신관용의 유음을 우연히 얻게 된 후 릴 테이프에 남은 가락을 스승 삼아 채보하고, 가슴으로 손으로 익히며 구현해 다시 음원으로 이어낸 결실이다.

돌아보니 정작 전북은 신관용류 산조의 자취가 희미하다. 닫혀있는 보존과 계승의 길을 열수는 없을까. 그 방법은 여러 갈래 있을 터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