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오랜 기간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익산의 보석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이자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재인식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익산 보석산업의 기반인 영등동 귀금속보석공업단지와 왕궁 보석마을, 주얼팰리스, 보석박물관, 삼기 패션주얼리단지, 전북디자인센터 등 각 요소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보완해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에 발맞춰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는 익산 보석문화산업의 방향과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혁신 포럼을 공동 기획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수행한 ‘익산시 보석산업 발전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현장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4차례에 걸쳐 진행함으로써 익산 보석문화산업의 발전 방안을 함께 찾는다는 취지다.
포럼은 9월부터 11월까지 익산 보석산업과 전북디자인센터의 연계 및 활성화 방안, 왕궁 보석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안, 익산 보석관광의 발전 방안과 연계사업 발굴, 삼기 패션주얼리집적단지의 역할과 기능 활성화 방안 등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19일 익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첫 번째 포럼에서는 김경숙 원광보건대학교 주얼리디자인과 교수, 이소연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균형기회본부 동부권역센터장, 최윤기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실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익산 보석산업과 전북디자인센터의 연계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보석도시 익산’만의 브랜드 개발 필요
‘보석산업에서 디자인의 의미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경숙 교수는 익산 보석산업의 발전을 위해 디자인 분야의 혁신과 집중은 매우 핵심적인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의 귀금속보석 세계시장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저가 제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경우 디자인을 비롯한 인력·설비 등의 인프라 수준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산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자체 브랜드 개발이나 기술 혁신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익산 보석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과 익산만의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석산업에서 디자인의 의미는 바로 ‘브랜드의 힘’인데, 50년 역사의 뛰어난 기술력과 대량 생산 능력, 영등동과 왕궁·삼기에 구축돼 있는 인프라 등을 활용해 특성화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이를 통해 익산만의 브랜드를 개발해 제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디자인 개발 지원 ‘효자 노릇 톡톡’
이소연 센터장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디자인개발지원사업과 우수 사례를 소개하며 익산 보석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진흥원은 소비자의 구매 동기에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트렌드에 맞춰 경기도 내 25개 시군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현장 수요를 반영한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디자인 전문가의 1대1 현장 진단을 통해 신청 기업의 디자인을 사전 진단 및 분석하고 디자인 전문회사나 지역 대학을 활용해 제품·시각·포장 디자인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산업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상표) 등록 및 출원비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디자인 진단·개발·챌린져스와 전시회 참가 등 4개 분야에서 269개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1972억 원의 매출과 294명의 고용 창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특허·디자인·상표 등 산업재산권 등록도 177건에 달했다.
효과적인 디자인 개발 지원을 통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일명 ‘손연재 의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에이블루의 ‘커블체어’가 대표적인 우수 사례다.
㈜에이블루는 진흥원의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 지원을 통해 2019년 71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이 2021년 1100억 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전북디자인센터 운영 방향성 ‘고민 절실’
최윤기 선임연구위원은 ‘익산 보석산업 발전과 전북디자인센터의 연계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전북디자인센터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북지역 특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 분야의 체계적인 지원·육성, 전북기업 디자인 성장의 구심점 역할 수행, 중소기업의 디자인 활용도 증대를 위한 종합적인 디자인 서비스 지원 등 설립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도록 센터의 예산 투자 및 지원 기능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전북테크노파크 소속으로 설립돼 익산왕궁지식산업센터에 자리를 잡은 전북디자인센터는 전북도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익산시로부터 시설 무상사용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40억 원 규모의 연간 운영비로 중소기업 디자인개발지원사업 등 7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2020년부터는 시·도비 2억 원으로 귀금속장비 운영사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설립 당시의 목적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산업연구원 용역 결과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영등동·왕궁면(주얼팰리스 포함)·삼기면 귀금속보석업체들의 센터 내 시설·장비 이용 경험은 1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용 만족도 설문에서도 만족한다는 응답이 36.3%에 그쳤다.
향후 기여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48.2%로 절반에 육박했고, 센터가 강화해야 할 기능으로 귀금속보석업체와 네트워크·소통 활성화가 36.5%로 가장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센터 내 귀금속디자인팀 재구성을 제안했다.
센터 내 입주기업 유치·지원에 초점을 둔 운영에서 벗어나 익산지역 전체 귀금속보석산업에 대한 기업 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귀금속디자인팀을 구성하되, 익산 귀금속보석산업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팀장은 익산시가 민간전문가를 평가하고 선임하는 별정직 형태로 운용하는 방안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센터 내 디자인동과 공장동을 활용해 별도의 익산 귀금속보석산업 지원기관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디자인동·공장동 건물에 가칭 익산보석산업지원센터와 사무국을 입주시키고 귀금속디자인실, 공유작업실 등을 설치해 익산 귀금속산업의 실질적인 허브로 운영하는 계획이다.
다만 산업집적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왕궁면에 허브 기구를 둘 경우 거리 제약에 따른 실효성 저하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하드웨어 효과적 활용 위한 소프트웨어 필요"
이후 토론에서는 주제 발표를 한 전문가들을 비롯해 정헌율 익산시장과 오택림 전북도 미래산업국장, 원도연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장, 정영미 익산시의원, 이대원 쉐리온 대표, 남궁재학 전북디자인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난상공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전북디자인센터 조직·예산 확대, 운영 방향성에 대한 고민, 영등동·왕궁·삼기에 구축돼 있는 하드웨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 발굴, 보석산업이 특화돼 있는 익산에 대한 타깃 지원, 보석산업 종사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디자인 분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기도와의 협업 체계 구축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