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 임시공휴일이 더해지며 엿새간의 긴 연휴가 마련됐다. 오랜만에 갖게 된 휴식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조용하게 즐길 고즈넉한 공간부터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전통놀이 한마당, 커다랗게 차오른 노란 보름달 아래서 즐겨보는 야간 마실까지 무거운 해외여행 대신 몸도 마음도 가볍게 떠나보는 익산 나들이 장소를 소개한다.
갓 쓴 가톨릭 신부 김대건을 만나다 ‘망성 나바위 성지’
지난 16일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에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졌다.
아시아 출신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동상은 바티칸이 아닌 가까운 익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망성면 화산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바위 성지(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에서다.
나바위 성지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서품과 귀국을 기념하는 사적이다.
성당 본당의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한식기와를 얹었고 지붕 아래로 팔각 채광창을 뒀다.
양 측면 개방된 회랑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한국 전통 목조건축과 서양식 성당 건축이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당 뒤쪽 너른 잔디밭 광장에 가면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도포를 걸치고 한쪽 손을 든 성인의 모습이 바티칸에서 공개된 성상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바로 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산이 나온다.
그 산마루에 너른 평야를 가르는 금강의 그림 같은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정자 망금정이 있고, 그 옆으로 25세 나이로 순교한 김 신부의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인 2021년 세계 기념인물로 김 신부를 선정한 바 있다.
짧은 생을 살았음에도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고 선교사를 위해 로마자로 조선전도를 제작해 유럽에 조선을 널리 알린 업적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올가을 나바위 성지에서 김대건 신부가 나바위에 타고 온 목선 라파엘호의 흔적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한가위 전통놀이 체험하고 선물도 받고 ‘왕궁 보석테마관광지’
왕궁 보석테마관광지(익산시 왕궁면 호반로 8)는 추석 연휴 엿새간 쉬는 날 없이 운영된다.
보석박물관에서는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윷놀이와 딱지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사방치기 같은 전통놀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보석박물관 스크래치 엽서 만들기(무료), 이끼나무 고무신 화분 만들기(3000원), 공룡화석 지우개 만들기(5000원), 천연보석 팔찌 만들기(8000원), 천연보석 소망나무 만들기(8000원)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또 보석박물관에서 전통놀이와 체험에 참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해시태그(보석박물관, 추석, 전통놀이)와 함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게시하면 선착순으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달빛이 쏟아지는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이 설치된 칠선녀 광장에서 빛의 향연이 펼쳐져 분수대 주위를 거닐며 가을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놀이체험시설 다이노키즈월드도 추석 연휴 운영을 이어간다.
실내 놀이체험시설의 경우 이용 가능 인원의 50%를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 접수하고 있다.
추석맞이 추억 놀이터 ‘익산 교도소세트장’
익산 교도소세트장(익산시 성당면 함낭로 207)은 추석을 맞아 추억 놀이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교도소세트장 잔디밭 일원에서 진행되는 제기차기, 딱지치기, 윷놀이, 고리 던지기, 투호 등 추억 놀이를 통해 향수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또 연 만들기와 가래떡 굽기, 달고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부스도 마련되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스탬프 릴레이와 뽑기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교복·교련 체험이 준비된 추억의 교실과 즉석 사진 포토박스 등 인생샷을 통해 올해 한가위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도 있다.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페스타’
익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미륵사지(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일원에서는 ‘2023 익산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페스타’가 오는 10월 9일까지 진행된다.
매주 토·일요일에는 각 2회씩 익산시립무용단과 함께하는 융복합 미디어쇼가 미륵사지 특설무대에서 펼쳐지고, 평일 저녁에도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동탑과 서탑 사이에 전국 최대 규모의 대형 스크린에서 메인 미디어파사드 ‘용화세계’와 서브 미디어파사드인 ‘아로새겨진 마음’이 4회 상영된다.
또 어린이 박물관 외벽을 수놓을 미디어파사드 ‘밤이 되면 되살아나는 박물관’, 행사 동선 내 곳곳이 자리 잡은 다양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포토존과 버스킹, 체험 프로그램, 플리마켓 등도 기대해 볼 만하다.
세계유산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페스타는 639년의 백제와 2023년의 익산을 연결하고 있다.
밝게 차오른 보름달 아래서 전국 최대 규모의 미디어파사드와 수준 높은 융복합 공연을 즐겨보자.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 ‘금마 서동공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 금마저수지를 낀 익산 금마 서동공원(익산시 금마면 고도9길 41-14) 산책길은 여느 때보다 화려하다.
백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알록달록 유등이 지상과 수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 방문객들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되는 유등 전시를 통해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백제왕도 익산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을 켜고 나와 가장 어울리는 유등 포토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늘에 뜬 보름달이 가로등 불빛보다 환한 한가위, 사랑하는 사람들과 특별하고 분위기 있는 밤 산책을 원한다면 고민할 것 없이 서동공원 유등 전시장으로 향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