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여름 하늘-조복주

하늘에는 샘이 있나 보다

몇 날 며칠 장대비가 내리는 걸 보니

큰 샘이 있나 보다

 

하늘에는 군대가 있어 싸움하나 보다

큰 소리가 나는 걸 보니

큰 포병이 포를 쏘나 보다

 

하늘에는 큰 발전소가 있나 보다

번쩍번쩍 비추는 걸 보니

크나큰 전지로 땅을 비추는가 보다

 

△긴 장마가 끝났다. 하늘은 얼마나 많은 것들로 하늘이 되었을까? “큰 샘”이 있으니까 “장대비”가 지치지도 않고 내렸을 것이다. “군대”가 있으니까 “포를 쏘는” 소리로 천둥이 울어댔을 것이고, “큰 발전소”도 있으니까 “번쩍번쩍” 번개가 내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걸 쏟아내서 아무것도 없고 모든 걸 다 갖추어서 아무것도 없다. 모든 걸 다 아는 노인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의 마음이 닮는 것도 같은 이치다. /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