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 이후 벌레들로 인해 불가피하게 두 시간(20∼22시)만 입구 쪽 소등 영업을 하게 됐습니다. 고객님들께 불편을 드려 너무나 죄송합니다."
완주군에 위치한 한 상점 출입문에 걸려 있는 안내문의 일부다. 지난 주말 오후 7시 30분께 찾은 해당 상점. 환한 불빛에 모여드는 벌레 떼를 막기 위해 손님·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길거리에 설치된 에어 간판 조명 뿐만 아니라 건물 간판 조명까지 모두 끈 채 영업 중이었다.
해당 상점 점주인 김모(48) 씨는 "오후 여덟 시가 넘으면 출입구인 앞문·주방 불을 다 끄고 뒷문 방향 불만 켜고 영업하고 있다. 날마다 벌레 떼가 모이진 않지만 보통 오후 여덟 시가 넘으면 벌레 떼가 모인다"면서 "창문·문 틈 사이로도 못 들어오게 100만 원 넘게 들여 따로 시트지까지 붙였다"고 토로했다.
귀뚜라미, 바퀴벌레 등 벌레 개체 수 급증에 따라 집안에서도 목격되는 벌레에 도내 곳곳 거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가운데 환한 조명을 켜고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벌레 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레 떼를 쫓기 위해 출입문 앞뒷문 바꿔 영업하는 것은 기본이고 간판·실내 일부 조명을 끄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마감 시간까지 앞당기고 있다.
인근 상점 점주 오모(27) 씨도 "마감 시간에 손님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귀뚜라미나 벌레 떼 때문에 늦게까지 영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실제로 영업 중 귀뚜라미 수십 마리가 들어와서 당황스러웠을 때가 여럿 있다. 손님과 함께 벌레 쫓았던 기억이 있다. 전체적으로 한 번 방역이라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찾아오는 손님들을 통해 귀뚜라미, 바퀴벌레 등 벌레 떼를 쫓을 수 있는 독한 약까지 추천받기도 하지만 살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근에 강아지·고양이 등이 많이 돌아다니고 곳곳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다 보니 독한 약을 살포할 수 없기 때문.
이밖에도 벌레 떼를 쫓기 위한 시도란 시도는 다 해 보지만 만만치 않다. 최근 자주 목격되는 귀뚜라미의 경우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역으로 박멸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완주군보건소도 벌레 떼 민원에 소독·방역을 실시하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완주군보건소 관계자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소독·방역을 하고 있다. 모기, 파리 등 해충 위주의 방역이다. 감염병 매개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는 귀뚜라미 등은 민원의 기대효과만큼 완전히 박멸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래도 민원이 들어오면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로 소독·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