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특화 금융도시의 초석인 국민연금 기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1000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날로 성장해가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전북 제3금융중심지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지역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중심지 논의는 새만금 잼버리 사태 이후 아예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 소재지 전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명목 GDP(국내총생산·2162조원)의 46%에 달하는 초대형 기금으로 성장했다. 기금 적립금만 따지면 2017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첫 해 600조 원에서 불과 6여 년 만에 400조 원 이상이 불어났다.
전주에서는 기금운용이 어렵다던 일부 중앙언론의 주장을 뒤로한 채 이뤄낸 성과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이달 15일 기준으로 기금 적립금 1001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올해 1~7월 국민연금기금 누적 수익률은 9.74%(잠정)로 지난해 손실을 만회하고도 더 벌었다.
연기금 1000조 원 시대는 일본 공적연금(GPIF·1987조 원)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1588조 원)에 이어 세 번째다.
△새만금 잼버리 여파 제3금융중심지 논의까지 악영향
전북이 국민연금공단 본사와 기금운용본부 이전 이후 연기금 특화 금융중심지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은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과 금융산업 발전의 연관성이 매우 커서다.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의 본사가 있는 전북이 글로벌 금융도시로서 기능해야 지금보다도 효율적인 연기금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상장 기업은 300여 곳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이 해외에까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너지를 제대로 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선 대표 공약으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당위성을 인정한 데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이제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조차 제대로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최대 선거철인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 모두 전북공약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전북도는 물론 전북정치권에서도 잼버리 논란과 새만금 예산 증발 이후에는 누구 하나 금융중심지 이슈를 챙기고 있지 않다.
전북 금융중심지 논의는 이달 국감에서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계획이었으나 새만금 여파로 제대로 된 대책을 이끌어 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연기금 특화 제3금융중심지는 이미 물거품이 된 현안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와 부산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 이전과 부산형 기회발전특구 관련 이슈를 부각해 글로벌 금융중심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중심지 공약 도민 희망고문 정치도구 전락 우려
전북도에선 풀리지 않는 금융중심지 현안에 용역만 발주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예산 3억 원을 들여 2025년 초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중심지 지정 시기 약속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윤석열 정부 이후로 밀린 셈이다. 이번 용역에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유치한 전북을 금융중심지 등 금융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논리를 검토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이미 2017년 금융위원회가 발주한 용역에서 상당 부분 도출됐다.
전북도가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안 마련'과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공고 대응' 2단계로 나눠 용역의 목적을 세분화한 것 역시 이 같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북 금융중심지의 허브 역할을 할 전북금융센터 건립의 지연 또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전북도와 전북신용보증재단은 2024년 착공·2026년 준공을 목표로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볼 때 당장 내년 착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신보가 코로나19 지원과 군산형일자리 에디슨모터스 리스크로 손실이 커 당장 이 사업에 투입할 재원 마련에 고심이 깊기 때문이다.
△10월 국감 터닝포인트 마련 주목
전북도민들은 이달 국감에서 전북정치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새만금 예산 정상화는 물론 금융중심지 현안도 올해 못 짚고 넘어간다면 그 타격이 매우 클 것이란 문제 의식이 자리한다.
특히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도당위원장과 전주을 국회의원에 도전할 양경숙 의원이 기재위에서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을 상대로 이전 거부 발언의 배경을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게 전북도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금융도시 조성은 국민연금 이사장을 지낸 전주병 김성주 의원이 중심이 된 공약으로 금융중심지 현안을 챙기기 위해 정무위로 상임위를 옮긴 그의 국감 활동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