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전북지역 암환자 1만5000여 명이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가고 있다. 장거리 원정 진료로 체력적·정신적 부담이 큰데다 교통비 등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런데도 서울로 향하는 것은 지역 의료진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의료 인프라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진에 대한 불신 해소와 더불어 지역암센터와 의료기관에 정부 예산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빅5 병원 원정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2022년동안 5개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거주 암환자는 103만4천1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빅5 병원에서 암진료를 받은 전체 환자 267만명의 39%를 차지한다. 빅5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을 일컫는다. 전북지역은 2018년 1만4295명, 2019년 1만5055명, 2020년 1만4778명, 2021년 1만5999명, 2022년 1만6731명 등 7만6858명이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해마다 서울로 향하는 중증환자는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환자들은 전북에서 서울로 수백km를 이동하며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는 아예 병원 인근의 고시원이나 레지던스, 셰어하우스, 원룸 등 이른바 ‘환자방’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다. 한 언론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체력 소모, 교통비 부담, 숙박비 부담, 거주지 복귀 시 응급상황에 대한 불안감 순으로 답변했다.
그러면 서울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거점 병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효율적 운영이다. 정부는 수도권보다 접근성이 나은 지역암센터 등에 대한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 시설과 인력을 대폭 지원해 지방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한 의사의 절대 숫자를 늘려야 한다. 둘째는 지방의료에 대한 불신 해소다.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큰 병에 걸리면 무조건 서울로 가라’는 말이 있다. 잦은 오진 등 의료진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의료진으로서는 항변하고 싶겠으나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