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자치단체장의 혁신 의지가 지역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김두겸 울산시장이 증명해 보임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통상 3년 정도 소요되는 인허가 행정 절차를 원스톱 처리 방식으로 10개월 만에 끝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강한 집념을 선보인 것이다. 현대차의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과 관련해 민간 기업에 전담 공무원까지 파견해 인허가 업무 서비스를 지원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2조 2800억을 투입해 2000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인 만큼 착공 시기를 2년 앞당긴 것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이번 현장 위주 스피드 행정의 모범 사례는 기업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지방자치단체에 신선한 바람과 함께 발상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하고 우리 지역 현실과 대비하면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2조 5000억을 들여 5000개 일자리 창출의 청사진을 제시한 '전주 대한방직터 개발‘ 과 관련해서다. 지난 2018년 김승수 시장 시절 제출된 개발 계획서가 5년이 넘도록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다행히 우범기 시장이 작년 취임한 뒤 행정의 변화 기류가 뚜렷해짐에 따라 최근 수정안 계획서가 다시 제출되면서 어떻게 매듭 지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기업 입장에서도 말 못할 속 사정과 함께 고초를 감내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의 추진 의지가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전임 시장과 업무 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서인지 우범기호의 역동적 움직임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일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그간 멈춰섰던 지역 현안들이 속속 물꼬를 트면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과잉 규제를 과감히 풀고 시민 눈높이에 걸맞는 행정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중 중앙 정부에서도 최고 혁신 사례로 꼽은 ‘불필요한 연말 보도블럭 교체공사 폐지’ 는 시민들의 폭넒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얼마 전에는 전주형일자리 사업에도 시동을 걸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최대 관건이란 점을 인식한 결과다. 마땅한 공장 부지가 없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도 전주시의 현실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 서비스에 더욱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전북일보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기류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도민 40% 이상이 기업 유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행정의 뒷받침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 사례는 자치단체의 방향성 제시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문제는 일선 공무원의 혁신 서비스에 대한 실천 여부다. ‘나사 풀린’ 행정이 심심찮게 도마에 올라 공직 사회 이미지 개선도 쉽지 않다. 무사안일과 행정편의주의 발상을 벗어나 상대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매듭은 풀리기 마련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