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농업 육성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미래 농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이원택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예산 심사를 통해 재편성한 내년도 농촌진흥청 R&D 사업 예산은 7174억원으로 올해 9022억원에 비해 20.5% 줄었다. 국가 주요 R&D 분야 예산을 줄이겠다는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R&D 예산 평균 삭감률(16.6%)보다 3.9%p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진청의 유일한 지역농업 R&D 사업인 ‘지역농업 연구기반 및 전략작물 육성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무려 79%나 삭감돼 지역농업 육성을 위한 연구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지역별 전략특화 작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 및 현장 확산을 지원하는 사업이어서 지역농업과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화 시대, 농업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청년농 육성 사업도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올해 진행했던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청년농업인 협업모델 시범 구축 등 농촌진흥청 소관 청년농 정착사업 예산 67억57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는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기치로, ‘청년농 3만명 육성’ 공약을 내놓았다. 농촌 고령화에 적극 대비해 청년농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는 “농업인에게 안정적 소득과 행복한 삶을 제공하고 기후변화·디지털화에 대응해 미래형 농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래놓고서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 농진청 R&D 예산과 청년농 육성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농업 분야의 R&D 예산이 정부안대로 확정된다면 농촌진흥청에서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연구과제부터 줄일 게 뻔하다. 이렇게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는 곳에만 투자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청년농 육성 정책까지 포기한다면 농촌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우리 농업의 미래, 지역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삭감된 예산을 원상복구하고, 필요성이 높은 신규 사업은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