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는 아주 잘 만들어진 공연을 선택해 축제의 관객에게 제공한다. 올해 소리축제에서 <노인과 바다>를 공연한 이자람은 “창작판소리 만드는 소리꾼들에게 로망이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소리를 가지고 여기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공연을 올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소리축제의 위상을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한국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전통음악과 전통을 기반으로 만든 해외의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음악을 소개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잘 선택된 음악들이 벌이는 향연이다.
이런 축제의 틈에 <소리프론티어>라는 꼭지가 있다. 필자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2017년이었고 경쟁 시스템이었다. 이 해에 ‘악단광칠’은 2등을 했다. 아쉬움과 적잖은 타격감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경쟁은 기쁨과 아픔을 쥐고 참여자와 관객을 유혹하는 게임이 아닌가. 재미도 있고 이슈도 되었으나 축제 운영자들에게 많은 고민을 주었던 것 같다. 1등을 위한 환호보다 그 외 예술가들의 얼굴에 남은 그늘에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그래서 형식을 바꾼다.
신진 예술가 혹은 단체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하고 선정 작품을 무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형태다. 필자는 선정 과정에도 참여했다. 매간당은 탱천한 의지가 돋보였고, 경력은 짧지만 이들이 만들어 온 음악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새로운 젊음을 만나는 것 같았고, 새로운 음악의 흐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계적인 공간에서 잘 주목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덧붙인 제안이 있었다. 축제의 특성도 있고 하니 ‘음악에만 집중하면 좋겠다.’였다.
로비에서 티켓팅을 하는 순간 나눠주는 카드에 묻어있는 향내와 객석에 들자 눈에 들어오는 무대 장치들 그리고 공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연을 마치는 때까지. 이들은 하고자 했던 무대를 온전하게 구현했다. 내부 단원의 임사체험을 향과 무대와 의상과 영상, 나래이션과 춤, 음향과 음악과 조명 ... 모두를 동원하여 구현했다. 의도와 의도를 대하는 태도와 표현 어느 한구석에서도 빈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긴 시간 복면을 하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이 객석에는 어떻게 해석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이들이 공연을 대하는 태도, 예술을 대하는 태도라고 느꼈다. 숨 막히게 갑갑한 삶의 현장을 버텨내는 예술인들 같았다. 음악에만 집중해 달라는 심의위원의 요구를 잘 무시해줘서 고마웠다.
이들의 매력은 역시 음악이었다. ‘선율과 화성’은 전통악기에게 이질적이나 다름을 인정하고 전통의 방법만을 추구하며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많은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그 산을 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매간당은 입장이 달라 보였다. 선율과 화성에 자유로운 연주자 사람들. 화성과 선율은 도울 뿐 전통악기가 갖고 있는 음향과 음색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매간당에게 꽤나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아직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경험의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기의 최선이 관객의 마음에 이르는 길을 알아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써놓고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 있다는 지적 이전에 분명 필요한 것이 있다.
젊은이들이 맘껏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본래의 의도였다면 조언이 껴들 자리가 없다. 이들을 해석해주고 주목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읽던 때가 있었다. 젊은 시인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말들을 꼼꼼하게 챙겨 일러주던 사람들 그 정점에 있었던 김현같은 평론가가 떠오른다. 젊음에게 그런 특권을 주었는데 지금 우리에겐 이 젊음을 해석해 줄 사람, 안내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잘 만들어진 예술이 전시되는 이런 축제의 장에서 소리프론티어가 품었던 따뜻함이 좋은 결과로 빛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쉬웠던 것은 이들을 읽어주고 빛나게 해줄 사람들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아쉽다. 빛 없는 곳에도 그들이 오면 좋겠다.
천재현 정가가악회 대표는
예술과 사회의 건강함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면서 2000년 정가악회를 창단하여 대표이자 예술감독,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축제 '국악대학전'과 '평롱: 그평안한 떨림', '아리랑 삶의 노래 시리즈' 등의 공연, 음반'정가악회 풍류1-5 ', 밴드 '악단광칠' 등을 제작 및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