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들려요. 그냥 갑니다"
#1. 지난 24일 오후 1시30분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인근 한 정류장. 시내버스 운전자가 버스를 타기 직전 '용흥마을 가나요'라는 질문을 건넨 백발의 한 할머니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 같이 말한 뒤 그대로 출발했다. 할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분홍색 보따리를 정류장 좌석에 다시 놓은 뒤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 같은 날 오후 6시30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쑥고개로 사거리에서 우전초 정류장으로 향하던 한 시내버스가 안전거리 확보 없이 주행하다 정차한 승용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 씨(60)는 "정류장 근처에서 퇴근시간마다 차량과 시내버스간 사고를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전주 시내버스들의 난폭운전과 불친절 운행이 근절되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5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9∼2023) 전주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관련 교통사고는 270건으로 도내 전체 시내버스 교통사고 360건의 75%에 달했다.
전주의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연도별로는 지난 2020년 53건에서 2021년 49건으로 약간 줄었다가 지난해엔 69건으로 40% 늘어났다.
이는 시내버스 운행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도 많은 건수이다.
현재 전주시내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는 총 394대인데 운행대수가 414대로 엇비슷한 충남 천안시의 시내버스 교통사고 건수는 176건으로 전주시의 65% 수준이었다.
충북 청주시 역시 운행대수가 483대인데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228건으로 전주시보다 되레 적었다. 시내버스 운행대수가 755대로 전주시보다 배 가까이 많은 경남 창원시의 경우 시내버스 교통사고가 127건으로 오히려 전주시의 절반 수준밖에 안됐다.
또 전주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건수는 278건으로 집계돼 충남 천안시(226건), 충북 청주시(273건)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군산에서 전주로 여행온 백모 씨(26)는 "전주역에서 한옥마을에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는데 레이싱카를 타는 듯한 과격한 주행에 깜짝 놀랐다"며 "좌석에 앉기도 전에 급 출발해 손잡이에 옆구리를 찍히기도 했다. 다신 전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백미영 시 버스정책과장은 "올해부터 시내버스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 직원이 직접 운수회사를 통해 해당 기사에게 연락을 취해 주의 조치하고 있으며 시민 모니터링단이 선정한 친절 기사에겐 최대 40만 원의 보상금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운영 중이다"며 "버스 노선 간소화 등 기사님들의 운행 여건 개선도 꾸준히 시도 중이다. 안전한 대중교통 문화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