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달궁-송하진

달궁에 가보라. 달궁!

그 옛날 마한의 효왕*도 숨어든 

그윽이 깊은 계곡, 달의 궁전

 

나무들 모여 끝이 먼 숲을 이루고

숲은 첩첩 삼도(三道) 아우르는

삼림대로 뻗쳐 올랐다

 

비탈에서조차 곧추서

나무들 하늘 향해 의젓하고

계곡 따라

있어야 할 제자리에 좌정한

묵직한 바위들

사이사이 휘감으며 유장히 흐르는 석간수

더는 비할 데 없어 느긋한 골짜기

 

달궁에 가보라

홍진 세상 등진 지

풍진 세상 비켜선 지

이미 오래인

 

거기, 달궁에 가보라

달궁!

 

*효왕- 백제, 진한, 변한의 공격을 피해 지리산에 도성을 쌓고 천혜의 요새인 달의 궁전을 지어 살았다는 마한의 6대 임금.

 

△ 그 옛날 효왕이 지었다는 달의 궁전인 ‘달궁’이라는 말속에는 나를 안아주는 포근함과 달달함 그리고 그윽함이 다 들어있다. “홍진 세상 등진 지/풍진 세상 비켜선 지/이미 오래인”사람들은 거기 달궁에서 ‘세상이 틀어졌어도 “곧추 서”있는 나무를 우러를 것이다. 삶에 찌든 “홍진”과 “풍진”을 깨끗이 씻어내리라. 곧 깨끗한 선비 한 분 걸어 나오시리라./ 김제 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