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름 푸른 유월이 눈부신다/ 초록이 몽실몽실 여물어/ 숨막히도록 조여 오는 산야/ 근육질의 힘겨루기에/ 숲에서는 초록 물소리가 들려오고/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꽃들,/ 이 꽃들에게서 향기를 퍼 나르는 바람,/ 초록이 초록에게 스며들어 소근대는 몸짓,/ 감미로움에 몸을 떤다(중략)/ 초록이 초록에게 건네주는 힘으로/ 천리 숲을 이루고/ 묵히고 묵힌 세월 만큼 싱싱함으로 우뚝 선/ 유월의 영근 맛, 그 맛을 보고 있다.”(시 ‘초록이 초록으로’)
신수미 시인이 2번째 시집 <초록이 초록으로>(이랑과 이삭)을 출간했다.
시집은 ‘꽃, 이유없이 웃다’, ‘삼동(三冬)을 참아온 꽃샘에’, ‘맨발로 소통하다’, ‘통일도 질경이처럼’, ‘못다 핀 4월의 꽃봉오리’ 등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90여 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시집을 통해 신 시인이 보여주는 작품들은 단단하고 냉철하지만, 견고한 지성을 지닌 시인의 삶과 개인의 감성 등이 조화롭게 녹아들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시집 속 수수께끼와 같은 함축적 시어와 무뚝뚝한 구성이 아닌 실제 시인의 일상적 이야기를 포근한 언어로 풀어내는 등 감수성 넘치는 시인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또 시 ‘아버지의 골목길’, ‘자만마을의 실루엣’, ‘성 평등에 걸었던 기대’ 등을 통해 시인의 효심, 그가 바라본 전주시 곳곳의 정취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재숙 문학평론가는 평설을 통해 “문학은 미술이나 음악에 비해 경험된 자아로부터 작품을 분리하기 어려워,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본다면 신 시인의 시들은 지성이 견고하게 구축된 삶과 감성이 꾸준히 재발견되는 차원 높은 시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전남대 공과대학을 졸업해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2009년 <한국문학예술>로 등단해 국제해운문학상(본상)과 열린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왜 꽃이 아름다운가>, <민들레 홀씨로 날다> 등이 있다. 또 그는 YWCA 서부지역 위원장, 전라북도 자체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열린시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