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의 생성과 소멸

가을은 지역 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계절이다. 9월부터 11월에 걸쳐 열리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 대부분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축제가 도시 마케팅의 수단이 되면서 지자체들이 너나없이 축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뒤 산업화의 통로로 기능하는 축제를 성공시키는 일은 자치단체들의 열망이 되었다.

축제의 연원은 깊다. 네덜란드의 문화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제의와 놀이, 축제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일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과 시간,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집중력이 그가 꼽는 공통적 속성이다. 그러나 현대 축제의 성격과 형식은 다르다. 과거의 축제가 일상에서 엄격히 지켜져 왔던 질서와 권위, 사회적 위계질서의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형식이었다면 오늘의 축제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부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축제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탄압으로 중단되거나 사라졌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지역 축제들은 그 목적과 형식이 전통 축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 같이 놀이의 성격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가치를 얼마나 창출하느냐가 목표다.

사실 축제는 오래전에 문화시장의 중심이 되었다. 도시의 재정 상당 부분 축제로 얻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중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발전된 유럽의 축제는 20세기 들어서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력의 문화적 힘을 과시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국제적인 규모의 축제는 수백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몇몇 축제는 문화적 전통을 살리면서도 독창성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으로 해마다 전 세계의 관광객을 부른다.

흥미롭게도 이들 축제의 중심은 대부분 음악이다. 장르의 다양한 융합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인 음악에 주목하며 정체성을 지켜간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베로나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는 100년 역사를 갖고도 여전히 건재한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문화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낸 문화적 전통과 지나친 상업주의로의 변질을 경계해온 덕분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지역 축제는 짧은 기간, 수도 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이유가 따로 있을 터. 눈앞의 경제적 가치만을 앞세워 문화적 전통을 쉽게 포기하는 지역 축제의 현실이 안타깝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