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소가 없어
뉘 방(方)으로 산 세월
대문이 있어야 내
문패를 달 게 아닌가
가난한 마음에다
대못 박아 걸 수 없는 일
내 글이란 것도 평생을
남의 방으로 썼으니
인생 심지는 타들어 가고
불은 꺼지려 깜박이는데
언제나 내 글을 만들어
문패를 달아 볼거나
△ 제목만 읽어도 정겹다. 대문에 「문패」가 걸린 집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문패는 ‘대못 박아 걸’었다. 가끔 우체부 아저씨가 문패를 보고 이름을 부르면 사랑이 담긴 편지를 불쑥 내밀던 시절, 남의 집 셋방살이는 주눅이 들었다. 문패 없는 방이었으니 말이다. ‘인생 심지는 타들어 가고/ 불은 꺼지려 깜박이는데’에서 성급한 시인의 시간 재촉이 엿보인다. 시간이 몸을 끌고 다녀도 문패처럼 시인의 시집들이 깜박이는 불을 꽉 붙잡고 있을 것이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