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지역 한 제약회사에 입사한 막내 사원 A씨(25)는 최근 회사 단합대회에서 당혹감을 느꼈다.
상사가 신입 사원들에게 돌아가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강요한 것이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최선을 다해 춤을 췄지만 이내 춤 실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폭탄주를 마시게 됐다.
A씨는 "거리두기가 종식되면서 지난해보다 올해 회식 강요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연말연시 직장 내 강압적인 회식에 대한 도내 직장인들의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1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직장인 의식조사'를 보면, 공공기관 종사자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을 때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으며,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응답이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는 지난해보다 올해 들어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퇴사 협박이나 임금 협상 불이익 등 피해를 주는 ‘회식 갑질’로 고통받았다는 직장인 사례 제보가 지난해보다 되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특정인을 회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회식에 배제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경우에 이어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이 일어나는 등 코로나19 이전 빈번하게 일어났던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직장갑질119가 지난 8월 발표한 '2023년 17개 광역시도 직장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 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이 접수된 신고건수는 총 20건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6번째로 많았다.
지난 2월 전북도공무원노조에서 실시한 직장 내 갑질 설문조사 결과에선 최근 1년 간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한 조합원이 105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폐쇄적일 수 있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미루어 볼 때 괴롭힘을 경험해도 신고하지 못한 사례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복적인 술자리 강요나 회식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에 대한 따돌림, 폭언 행위 또한 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원치 않는 강압적인 회식은 업무 환경을 약화시키는 악습에 불과한 만큼 사업주와 관리자는 경각심을 가지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근무환경 조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