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양성 시대’ 다문화 정책 선도하는 익산, 글로벌특별시로 ‘우뚝’

이주민 유입 시대 발맞춰 다양한 정책 추진…지역사회 인식 개선에 방점
글로벌문화관,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 가족센터 등 세심한 지원 눈길
선순환 구조 구축, 전국적 관심, 정부 인정 우수 사례 등 선도 도시 발돋움

현재 익산시에는 93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익산 전체 인구의 3.4%에 달하는 수치다. 10여 년 전인 2011년 익산지역 등록 외국인 수가 4000여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익산시가 이주배경주민(이주민) 유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해 이주민도 살기 좋은 도시 조성을 통해 인구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무엇보다 시는 이주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 신장을 위해 깊은 고민을 거듭해 왔고, 늘어난 이주민의 수만큼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바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해 왔다. 특히 이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시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시장 직속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결혼이민자를 임기제 공무원이나 다문화 해설사로 채용하는 등 사회 참여 기회를 늘리면서 다문화 정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주민, 사회적 약자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익산글로벌문화관 전경/사진 제공=익산시
익산글로벌문화관에서 외국 전통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익산글로벌문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외국 전통 의상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시는 이주민 개개인이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는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행정의 방향도 이주민을 약자로만 보는 정책에서, 이주민이 사회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익산글로벌문화관이다.

시는 지난 2021년 11월 11일 전북 최초로 세계문화 전시·체험 시설인 글로벌문화관을 개관했다.

이곳은 방문객의 세계 식문화 체험은 물론 이주민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해 세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카페가 입점해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점 이주민에게 가게 장식과 부대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임차료도 저렴하게 제시해 창업의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다문화 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각국의 전통 의상이나 악기 등 다양한 세계 문화를 체험한다.

 

외국인 눈높이에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익산역에 자리하고 있는 익산시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가로막혀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이주민 대상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는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익산역에 자리해 있다.

센터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가족센터, 외국인상담소가 한 공간에서 기능적 협업을 이룬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배경가족, 유학생 등 다양한 체류 외국인들이 초기 적응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를 능숙하게 도울 전문가가 상주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전북 거주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외국인 주민 현장 상담소를 운영 중이며, 근로시간 제약으로 상담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통역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 전방위 지원 ‘익산시가족센터’

익산시가족센터가 지난 5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부부교육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다문화가족의 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종합 서비스 기관도 있다.

지난 2006년 송학동에 문을 연 익산시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조기 적응과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아이 돌봄 서비스, 자녀 심리 지원, 고향 나들이, 이주민 부모 초청, 국제 운송비 지원, 사례 관리, 자조 모임 활성화 등 이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어 교실을 연중 운영해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모현동에 건립 중인 생활SCC 복합시설 다우리(여성가족회관)로 내년 하반기에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섬세한 지원, 정착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8월 익산 중·매·서 야시장에서 이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이 같은 섬세한 다문화 정책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착한 이주민들은 각국 자조 모임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자조 모임은 함께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에 시는 자조 모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올해 10월 기준 8개 국가 자조 모임 구성원은 전국 행사에서 공연 요청을 받는 ‘익필단(익산 필리핀 공연단)’ 등 8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 관심과 정부 인정 우수 사례 등의 성과도 뒤따른다.

시는 지난해 전국 다문화 정책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아 가족 정책 유공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받았고, 외국인 주민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제9회 다문화 정책 대상에서는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재한 베트남인 최대 축제, 익산에서 열리다

지난 19일 익산 금마축구공원에서 열린 제3회 VFAK(Vietnam Football Association Korea) 동향컵 축구대회에서베트남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사진 제공=익산시

지난 19일에는 전국 각지의 베트남인 1500여 명이 익산에 모였다.

주한베트남대사관이 주최하고 주한베트남축구협회가 주관한 제3회 VFAK(Vietnam Football Association Korea) 동향컵 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익산 금마축구공원에서 열린 이 대회는 한국에 체류하는 30만 명 규모의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추진하는 가장 큰 축구대회로 외국인 근로자부터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이주배경주민들이 참가했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2600여 명은 동포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으며, 정헌율 익산시장도 베트남어로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익산을 찾은 손님들을 환영했다.

이날 시는 안전하고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한 경기장 대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구급차·자원봉사자 배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헌율 익산시장 “성숙한 다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터”

정헌율 익산시장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세심하고 차별화된 지원을 통해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성숙한 다문화 도시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 도시 익산 건설을 다짐했다.

유학생과 근로자, 결혼이민가족 등 93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로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주배경주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19일 주한베트남대사관 주최 제3회 VFAK 동향컵 축구대회에서 “이미 세계는 하나고 지구촌에 사는 모두가 한 가족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익산에 사는 모든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정책과 지원을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익산은 다문화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며 인구 문제 극복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며 “사람이 북적이고 지역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활력 있는 도시를 일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배경주민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이주민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길에 시민 여러분들도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