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활용과 변신

일본 가가현에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섬이다. 일본 관광청이 4대 관광지로 선정하고, 세계적인 여행잡지 트래블러가 세계 7대 관광지로 꼽았으니 그럴만하다. 그러나 나오시마가 처음부터 주목받는 섬은 아니었다.

나오시마는 어업과 관광이 주산업이었지만 1917년 미쯔비시 광업이 금속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공장이 배출한 산업폐기물이 쌓이자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쓰레기 섬을 주목한 기업이 있었다. 일본 최대 출판·교육그룹 베네세홀딩스다.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1980년대 중반, 이 섬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사회공헌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했던 후쿠다케 회장은 나오시마를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의지에 동행한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미술관과 호텔이 만난 베네세하우스, 땅속에 건축물을 들여놓은 지중미술관, 재일교포 작가 이우환 미술관 등이 뒤를 이어 완성됐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조우하는 섬,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는 나오시마는 그 자체로 예술의 섬이 됐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나오시마의 아트프로젝트로 해안 곳곳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됐고, 주민들이 떠난 빈집은 작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특별한 명소도 만들어졌다. 빈집을 갤러리로 만드는 안도 다다오의 <집 프로젝트> 첫 결실이 놓인 혼무라 지역 골목이다. 안도와 제임스 터렐의 협업으로 완성한 <미나이 데라>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한 6개 빈집이 이곳에 있다.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집프로젝트><빈집프로젝트>로 이름까지 바뀌면서 세계 여러 곳의 재생사업 모범이 됐다.

늘어나는 빈집은 대도시나 중소도시를 막론하고 모든 오래된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농어촌 마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농어촌 마을에도 한때 빈집프로젝트가 유행했다. 방치됐던 빈집을 주민 공동시설로 만들거나 나오시마처럼 예술을 결합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사업이 이어졌다. 그 결과 마을의 환경은 달라졌으나 아쉽게도 마을을 살려낸 결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을의 특성을 살려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탓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집은 1511,300여 채다. 이 중 387천여 채가 1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 농어촌 마을의 빈집은 갈수록 늘고 있다. 빈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