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가 지난해 10월 재가동한 뒤 블록 생산의 하청 역할에만 머물러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완전 재가동을 기대했으나 여의치 않자 일단 차선책으로 불록 생산을 통해 물꼬를 트자고 해서 가동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불록 생산마저도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아 완전 재가동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더구나 조선업 경기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면서도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이 같은 무책임한 처사에 발끈하고 나섰다. 사실 자치단체 지원 예산에 비해 조선소의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을 밑돌면서 강력한 약속 이행 방안을 촉구한다.
지난 2017년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추자 지역 경제 충격파는 예상보다 컸다. 전북 수출의 8.9%, 제조업 매출의 25%를 차지한 비중을 감안하면 짐작이 된다. 협력 업체의 잇단 폐업과 직원들 대량 실업 사태의 악순환이 덮쳤다. 공장 주변 원룸촌과 식당,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일시에 마비 상태가 됐다. 그간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도 물거품 됐다. 정당 차원의 비대위 구성을 비롯해 100만인 서명 운동, 경제단체 호소문, 지방 의원들의 1인 시위 등 총력전을 전개해왔다.
이처럼 고통을 겪고 5년 만에 가동이 재개된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 측이 밝힌 올해 8만톤, 연간 10만톤 이상 생산 목표치의 70%선에 그치고 말았다. 자치단체 예산 지원 노력과 비교해 보면 회사 측의 무성의가 괘씸할 정도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13억 원으로 여기에다 국·도비 고용보조금, 육성 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큰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도 적잖은 실망감을 표시하고 진일보한 상생 방안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선 근로환경 개선이 생산 확대의 열쇠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조선업 관련 일자리 교육을 받은 사람이 타 지역으로 떠나거나 협력사에 입사한 뒤 곧바로 퇴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0억에 불과한 세수는 물론 생산과 인구 유입 등 지역 경제 기여도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인력 수급 탓만 하지 말고 생산 확대를 못 하는 속사정이 뭔지 근본적 문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완전 재가동에 대한 회사 측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