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으로 말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재판을 진행함’,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지 않아 불필요한 부분을 심리함’,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됨’.
전북 변호사들이 재판에 참여해 판사들을 목도한 내용들로, 전북지방변호사회(전북변회)가 4일 발표한 법관(판사)평가조사결과에 담긴 사례들이다.
전북변회(회장 김학수, 법관평가특별위원회 위원장 심병연)는 4일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와 전주지방법원 및 관내 지원 소속 법관 90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도 법관평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전북지역의 법관 평가에서 전북변협은 최우수판사 1명과 우수판사 5명을 선정했다. 또 하위 판사의 나쁜 사례 9개도 소개됐다.
전북변회가 발표한 구체적인 법관들의 나쁜 사례는 △조정을 지나치게 강요함 △증거조사가 끝나기 전임에도 예단을 드러냄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으로 말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재판을 진행함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지 않아 불필요한 부분을 심리함 △합리적인 이유 설명 없이 증거신청을 기각하여 입증기회를 박탈함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됨 △신청 사건의 심문이 종결된 후 결정을 지나치게 늦게 함 △종결된 사건을 자주 재개함 △판단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판결이 설득력이 없음 등이다.
이 같은 나쁜 사례들을 기반으로 전북변회는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5명의 하위판사도 선정했으며 이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1.53점이었다. 이는 지난해 하위법관 5명의 평균 점수(67.57점)보다 5.86% 올랐다.
반면 우수 판사 5명의 평균점수는 92.36점으로 지난해(93.09점)보다 소폭 감소했다.
평가는 공정, 품위·친절, 신속·적정, 직무능력·직무성실 등에 관련한 10개의 평가 문항을 제시하고 매우 우수부터 매우 미흡까지 5등급 평가를 했다. 대상은 전주지법 본원과 예하 지원 판사 90명이며 전북변회 소속 변호사 174명(참여율 55.77%)이 참여했다.
특히 전북변회는 올해 처음으로 최우수판사를 선정했으며 대상에는 전주지법 김도형 부장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우수판사에는 전주지법 군산지원 강동원 부장판사, 남원지원 김유정 부장판사(지원장), 전주지법 노종찬 부장판사, 정읍지원 이영호 부장판사(지원장), 전주지법 장석준 부장판사(가나다순) 5명이 선정됐다. 전주지법 판사들에 대한 평가결과는 전주지법과 광주고법, 대법원에 전달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고인과 이해관계에 있는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는 만큼 신뢰성과 공정성 면에서 재고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관평가가 진행된 지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매년 비슷한 나쁜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개선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변회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는 원고 또는 피고로서 임하게 되는 상황에서 법관의 부당한 재판은 한쪽만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며 “이 때문에 평가에 있어 부분적으로는 감정이 개입될 수 있으나 사건의 이해관계로부터 법관에 대한 평가에 있어 신뢰성이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정도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평가제도의 성과와 한계점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더욱 신뢰받는 법관평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