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부터 비수도권 지역 중 유일하게 전북만 국회의원 수가 감소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선거구획정일 기준 전북보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광역자치단체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보다 인구 감소 폭이 컸거나 비슷했던 지역들은 최근 발표된 선거구획정안에서 의석수를 21대 국회와 똑같이 유지했다. 반면 전북만이 사실상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술대에 오를 처지에 놓이면서 그 배경을 두고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22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에 전북과 서울을 각각 1석씩 줄이고, 경기와 인천을 각각 1석씩 늘렸다. 만약 이 획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전북은 10석에서 9석으로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 선거구획정은 <헌법>이 규정하는 ‘평등선거’원칙에 따라 ‘표의 등가성’에 방점을 둔 인구 대표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공직선거법> 등에서 규정하는 ‘지역 대표성을’ 조금 고려한다. 헌법재판소 판례 역시 선거구획정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에 있어 인구비례 원칙에 의한 투표가치의 평등성 즉 인구대표성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은 인구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을 모두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당 1인 1표의 등가성을 중시한다면 인구 증감 추이가 국회의원 의석수 증감과 직결됐어야 함에도 이번 획정안은 그렇지 못했다. 한마디로 가장 많이 인구가 줄어든 지역의 의석수가 줄어들었어야 함에도 엉뚱하게 전북만 희생양이 됐다는 의미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기준 인구인 2019년 1월 대한민국 인구는 5182만6287명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 기준 2023년 1월 5143만 18명으로 무려 39만6269명이 줄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300명 정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전북은 183만4532명에서 176만8229명으로 6만6303명이 감소했다. 의석수가 1석 감소할 처지인 전북보다 인구가 많이 감소한 곳들도 있었다.
이번에 1석 감소 예정인 서울은 976만6288명에서 942만4873명으로 34만4115명이 줄었다. 인구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을 고려할 때 35만 명 가까이 감소한 서울이 1석 줄어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은 343만8259명에서 331만6107명으로 12만2152명이 감소했다. 부산정치권과 언론이 지역구 1석 감소를 경계했던 것도 4년 만에 인구가 12만 명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은 경계 조정을 통해 의석수를 보전했다.
대구는 246만382명에서 236만2880명으로 9만7502명 감소했고, 경남은 337만3214명에서 327만7672명으로 9만5542명의 인구가 빠졌다. 경북은 267만4005명에서 259만7527명으로 7만6478명이 줄었다. 이들 지역 모두 전북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줄어들었음에도 의석수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4년 간 인구가 전북보다 줄어든 지역들은 영남권이 많았다.
전북과 똑같이 10석을 보유한 전남은 187만8904명에서 181만6707명으로 6만2197명 감소했다. 전남의 인구수 감소 폭도 전북과 비슷한 수치였으나 선거구획정에 있어선 전북만 피해를 본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선거제와 선거구 논의에서 있어 사실상 방관하고 있던 전북정치권의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선거구획정위가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과 지역에 유리한 쪽으로 획정안을 만들었다'는 오해를 자초한만큼 국회 정개특위에서 획정안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