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고령화 인구 증가와 퇴행성 질환인 대동맥판막 질환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지난해 2만 1000여 명, 2010년 4600여 명 대비 4배 증가
흉통‧실신‧호흡 곤란 등 증상, 그러나 진단율 12% 수준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 전북서 200례 달성 이상록 전북대병원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이상록 교수가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전북대병원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79만 9800여 명이었던 전라북도 인구는 2021년 178만 6000여 명, 2022년에는 177만 7200여 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인구는 감소와 함께 고령화 인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자료에서 전북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52만 2492명에서 2021년 54만 5953명, 2022년에는 56만 9812명으로 늘었다.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대동맥판막 질환’도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2만 1000여 명으로 2010년 4600여 명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과거 개흉을 통해 치료를 했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되고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 시술 장면 일러스트.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란?...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사망률 50%

심장에는 피가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루 10만 번 열고 닫힘을 반복하며 ‘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 판막’이 있다.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나이가 들면서 석회화로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협착이 생기는 질병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흉통, 실신, 호흡 곤란 등이 있지만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증상이 노화의 증상과 비슷해 진단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율은 약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하고 있어 조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진단과 치료

진단은 청진으로도 가능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청진 시 특유의 잡음을 포착할 수 있으며 이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확정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7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많이 발견되며 일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이엽성 판막(정상 판막이 세 쪽으로 구성된 것에 비해 기형적으로 판막이 두 쪽으로 구성된 것)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60대의 나이에 발견되기도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병하면 약물을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은 개흉으로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방식이며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은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후 협착된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판막을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설명 자료.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개흉으로 협착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질환 특성상 고령 환자가 많고 당뇨,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을 보유한 환자가 많아 개흉술 시행 시 회복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이 기술은 2000년대 초반에 처음으로 개발돼 국내에는 2010년대 초반에 시행됐다. TAVI 시술의 경우 전신마취 없이 시술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비교적 짧아, 입원 기간이 단축되고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다만 TAVI 시술의 경우 약 3000만 원 대의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비용적 부담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담 역시 2016년부터 20%의 선별 급여가 적용됐고 2022년부터는 급여가 확대돼 금전적 부담이 많이 줄어 들었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불가능군 혹은 수술 고위험군일 경우 자기부담금이 5%로 크게 감소돼 현재는 비용적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전북 최초 대동맥판막 삽입술 200례 달성, 전북대학교 병원 심장내과 이상록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고통을 받던 고령환자들이 대동맥판막 삽입술을 통해 확연히 달라진 일상을 맞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의료진을 믿고 시술에 임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심장내과 과장을 맡고 있는 이상록 교수(51)는 전북 의료기관 최초로 TAVI 시술 200례를 달성하며 지역 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를 이끌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전북 지역 최초로 TAVI 시술에 성공한 이 교수는 2021년에 100례를 달성한 데 이어 1년 새 추가 100례를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이 교수는 의료진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로 전북대학교병원의 의료진을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또 심장내과 의료진과 더불어 마취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간호사까지 다양한 의료진과의 원활한 협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이러한 성과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TAVI 시술이 환자에게는 필요하지만 높은 비용과 어려운 과정 등의 이유로 지역 사회에서 시도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TAVI가)시행 초반 높은 비용으로 선뜻 시술을 받는 환자가 많지 않아 지역 사회에서 시도하지 않으려고 했던 분야의 시술이고 우려도 많았다”며 “그러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시술이고 또 전북대병원이 지역 대표 3차 의료 기관인 만큼 그 일원으로서 책임을 느껴 직접 시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200례 시술 환자는 80대 초반의 환자로 60대 중반 이미 개흉을 통해 판막을 삽입한 이력이 있는 환자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숨이 찬 중상을 느껴 심장초음파를 시행, 수술한 판막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80대 중반 고령의 나이로 재수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이 교수는 TAVI를 추천했고 시술 3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교수는 “환자분이 수술 직후부터 무리 없이 소통하고 활동하시면서 즉각적으로 증상이 완화된 것을 체감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전북대학교병원이 지역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료인이 남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도 당부했다.

이상록 교수는 “전북대병원은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고 혁신적인 의료 기술 개발을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하는 등 치료 환경 발전을 위한 저변을 확대해 오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의료 인력을 확보를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 졸업 후 타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의료 수가를 보다 정밀하게 조정하는 등 젊은 의료진이 전북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 출신인 이상록 전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전남대학교 의학 박사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 전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 현재는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정회원,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학술위원 및 인증제관리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