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신당 창당과 관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구체성을 띠면서 그 뇌관이 된 민주당의 총선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신당 창당을 암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지도부에 가해지는 압박 수위도 강해지고 있다. 비명계가 지도부에 당내 개혁을 이번 달까지 기다리겠다고 예고한 만큼, 이들의 연말 탈당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이 전부 탈당하게 되면 민주당에 친명 정당 프레임, 즉 사당화 논란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어 당내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총선 관련 논의는 친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비명계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상황은 친윤 정당으로 흘러가는 국민의힘 상황과도 유사하다. 친윤-친명이 아닌 사람들은 전부 소외되면서 점점 제3정당 논의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여야 거대 양당은 서로를 헐뜯으면서도 지난 총선의 최대 적폐로 평가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고려하고 있다. 친윤-친명을 제외한 모두가 모이는 신당의 설립을 애초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민주당 비명계가 탈당해 새 정당을 만들 경우 여당만 웃게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명계 내부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곧 당의 뇌관이기 때문에 유사시 대응해야 할 구심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절대로 탈당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민주당의 내홍은 지난 7일 당이 대의원제를 축소하고 현역 의원 경선 감산을 강화하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며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대의원제 축소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대의원제가 축소되면 반대로 이재명 대표의 열혈 지지층 비율이 높은 권리당원의 실질적 권한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곧 비명계 학살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문제 의식이다. 또 하위 20% 컷오프 규정 강화도 결국 반대파의 컷오프를 유리하게 하는 데 악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친명 성향의 당원이 대거 유입된 현 민주당의 당원 구조상 개정안이 도입되면, 차기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 인사들의 대거 학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윤영찬 의원은 "하위 20% 의원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라며 "이 시점에서 10%를 더 높이는 것은 그 범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을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상민 의원이 탈당한 이후 이 의원을 향한 당내 비판에 대해 “저는 친명계 의원들을 그동안 학폭 방관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더글로리' 박연진과 함께 문동은을 학폭했던 가담자가 아닌가 그런 느낌까지 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비명계를 완전히 궁지에 몰아 넣음으로써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당헌당규 개정이나 선거제 논의 의원총회에 있어서도 비명계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병립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가 총선용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현실적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친명 측 생각이다.
20대 총선 때까지 유지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후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키우고 다당제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로 21대 총선 때 첫 적용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비율과 연동해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본래 취지와 달리 더불어시민당이나 미래한국당 등 '꼼수' 위성정당이 등장하는 부작용이 유달리 컸다.
이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 거취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그의 행보에 따라 총선 대진표 자체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낸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와의 연대 시나리오도 떠돈다. 여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까지 논의대상에 포함됐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이들의 행보는 결국 선거제 개편과 밀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