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12·12를 앞두고 누적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20일 만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등 신군부가 주도했던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다. 영화가 개봉된 주말 3일 동안에만 150만 명을 불러 모은 데 이어 꾸준히 관객 수를 유지하면서 흥행세를 높여가고 있다. 영화는 일반적으로 개봉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평점이 낮아지지만 서울의 봄은 올해 개봉작 중 관람객 평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세대층에 고르게 지지를 받으며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른바 ‘엔(N)차 관람’과 영화 속 소소한 정보인 ‘티엠아이’(TMI)를 공유하는 글이 늘고 있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큼 분노했는지 심박수를 인증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MZ 세대다. 새롭게 알게 된 ‘살아 있는 역사’에 분노한 젊은 관객들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가에서는 이들의 힘이 ‘천만 영화’ 탄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떠오르는 책이 있다. 2017년 4월,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펴낸 자서전, <전두환 회고록>이다.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등 온갖 화려한 수사를 앞세운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 했지만, 실체는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낸 저자는 수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분노하게 했다. 결국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즈음 세상에 나온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러니 이 책은 <전두환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역사학자 정동일과 황동하가 펴낸 이 책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 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담은 전기다. ‘한 시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출간’한다는 이 책을 펴내면서 저자들은 이렇게 밝혔다. ‘전두환 회고록을 보며 처참함을 느낄 이들에게 우리가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잊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들여다보니 영화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